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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3

제주 함덕 11(결혼38주년) 아침에 숙소 주변, 해변이 아닌 중산간 쪽으로 걸어보았다. 평범한 마을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지 않았던 귤밭을 만났다. 사진을 찍다가 귤 수확을 준비하고 있는 초로의 사내와 말을 트게 되었다. 이제껏 커다란 귤밭은 서귀포 일대에만 있는 걸로 생각했다는 나의 말에 그가 말했다. "빌레는 제주도 말로 돌인데 빌레 위의 흙 층이 얇아서 조천의 귤이 서귀포 귤보다 당도가 높아요." 내게 물론 그 말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지식은 없다. 하지만 그가 맛보라고 건네준 귤은 적어도 하나로마트에서 사다 먹은 귤보다는 맛이 있었다. 그는 극조생의 귤이라 농협에 납품하기 위해 수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3일 정도는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귤밭 가운데 있으면서도 또다시 돌담에 둘러싸인 무덤이 편안해 보였다. 오늘.. 2022. 10. 29.
제주 함덕 6 내 어렸을 적 고향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영산이었다. 영산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하여 영산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영산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 없이 맑은 밤하늘 달빛 속에 또는 별빛 속에 거므스레 그 모습을 나타내는 수도 있지만 그 모양이 어떠하며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영산이 불현듯 보고 싶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영산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미 낯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 한다. - 김광규, 「영산(靈山)」- 구름 속에 숨은 제주의 영산 한라산을 바라보다 떠오른 시. 세월의 구름 .. 2022. 10. 24.
제주 함덕 4 아침 한라산 위ㄹ 흰 구름이 몰려들어 있었다. 어제까지 쌀쌀하던 기온이 다시 올라가 푸근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했다. 가을 본연의 날씨로 돌아온 것 같았다. 오늘은 해변 반대쪽으로 산책을 했다. 일주도로를 기준으로 해변 쪽은 식당과 카페 같은 상업적인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데 반해 반대쪽은 제주인들이 사는 주거시설이 많았다. 산책에서 돌아와 하릴 없이 음악을 들으며 빈둥거렸다. 특별히 배가 고프지 않아 간편식으로 아침도 먹지 않았다. 아내도 그렇다고 했다. 점심 무렵에 오드랑 베이커리의 빵으로 아침 겸 점심을 했다. 빵을 사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아내의 운동도 할 겸 직접 가서 먹었다. 숙소 주변의 도로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한가로웠다. 아마 도심에서 벗어나 있고 유명 관광지가 아니기 때.. 2022.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