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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11

내가 읽은 쉬운 시 19 - 함민복의「흔들린다」 *잠시 거닐었던 대구 수성못 옛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앞선 글의 대구 결혼식에서처럼. 첫 직장의 사람들이라 30년 이상의 인연도 있고 얼굴을 본 지 십여 년이 된 사람들도 있다. 흔히 악수를 나누며 "하나도 안 변했네!" 하는 과장된 덕담을 건네지만 벗겨진 이마나 흰 머리, 주름진 서로의 얼굴에서 어쩔 수 없이 세월의 흔적을 읽어내곤 한다. 그런 자리에는 늘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는 법이어서 대화는 적조(積阻)의 공백을 넘어 수월하게 이어진다. 좋은 소식과 안타까운 소식은 뒤섞여 있으나 누구나 '지지고 볶으며' 생활에 얼룩져 사는 것은 비슷하다. 동물처럼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관계 속에 생활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 이상 티끌 하나 없는 맑은 하늘 같은 삶을 다듬.. 2014. 7. 6.
내가 읽은 쉬운 시 18 - 함민복의 시 두 편 대구로 옛 직장 상사의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겨레붙이와 가까운 사람들의 축복 속에 새로 탄생한 젊은 부부가 환한 표정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KTX를 타고 오가는 동안 함민복의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을 읽었다. 그 속에 있던 시, 「양팔저울」을 새내기 부부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1 나는 나를 보태기도 하고 덜기도 하며 당신을 읽어나갑니다 나는 당신을 통해 나를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며 당신 쪽으로 기울었다가 내 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 상대를 향한 집중, 끝에, 평형, 실제 던 짐은 없으나 서로 짐 덜어 가벼워지는 2 입과 항문 구멍 뚫린 접시 두 개 먼 길 누구나 파란만장 거기 우리 수평의 깊이 시 「양팔저울」을 꼭 부부 관계로만 한정 지어 읽지 않아도 좋겠다. '수평의 깊이'는 모든 관계에.. 2014.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