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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2

제주 함덕 11(결혼38주년) 아침에 숙소 주변, 해변이 아닌 중산간 쪽으로 걸어보았다. 평범한 마을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지 않았던 귤밭을 만났다. 사진을 찍다가 귤 수확을 준비하고 있는 초로의 사내와 말을 트게 되었다. 이제껏 커다란 귤밭은 서귀포 일대에만 있는 걸로 생각했다는 나의 말에 그가 말했다. "빌레는 제주도 말로 돌인데 빌레 위의 흙 층이 얇아서 조천의 귤이 서귀포 귤보다 당도가 높아요." 내게 물론 그 말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지식은 없다. 하지만 그가 맛보라고 건네준 귤은 적어도 하나로마트에서 사다 먹은 귤보다는 맛이 있었다. 그는 극조생의 귤이라 농협에 납품하기 위해 수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3일 정도는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귤밭 가운데 있으면서도 또다시 돌담에 둘러싸인 무덤이 편안해 보였다. 오늘.. 2022. 10. 29.
내가 읽은 쉬운 시 96 - 황지우의「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저녁 무렵 아내와 집 근처 공원을 천천히 산책했다. 흰 벚꽃이 '튀밥'처럼 만개해 있었다. 어두워가는 저녁 어스름 속에서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딴 세상' 속에 머물렀다.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內藏寺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이.. 2019.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