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멕시코 및 중남미

멕시코시티 1

by 장돌뱅이. 2014. 5. 6.

오래 전 한국에서 덴젤워싱턴이 주연한 영화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를
아내와 함께 본 적이 있다.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다.
귀엽고 깜찍한 아역 배우 다코타 패닝도 나왔다.
덴젤워싱턴은 ‘멋지게’ 총질을 해대며 납치된 아이를 구해 냈다.

영화 서두에 멕시코시티(중남미?)에서 몇 분마다 한 번씩 납치와 살인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통계가 내레이션으로 나왔다. 놀랍도록 높은 수치였다.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까, 싶었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멕시코와 멕시코인은
대부분 마약이나 폭력과 관계된 범죄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실 마약과 폭력은 멕시코의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하다.
지난 2009년 경제 위기 때 미국과 맞닿은 국경도시에서 일어나는
총기 살인의 빈도는  전 세계 비전쟁 지역에서 가장 높다는 뉴스도 있었다.
멕시코 정부의 이른바  ‘마약(조직)과의 전쟁“은 숱한 희생을 치르고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만난 멕시코인의 대부분은 멕시코의
치안문제의 심각함은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그런 뉴스 보도에는 콧방귀를 뀌었다.

“쳇, 그러는 미국의 범죄율은 사실 멕시코보다 높지 않은가?
멕시코에서 넘어가는 마약이 문제라면 미국에서 넘어오는 총기는 문제 아닌가?”

누구의 책임이건 아내는 멕시코 여행을 그리 내켜하지 않았다.
국경에서 가까운 샌디에고에 살면서 뉴스와 소문으로 들어온 멕시코의
흉흉한 소식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때문에 아내와 함께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간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여행이라 할 만한 것은 깐꾼 CANCUN이 유일하고,
당일치기로 다녀온, 국경에서 가까운, 항구 도시 엔세나다 주변이 전부였다.

“진짜 멕시코시티가 저렇다면 거긴 도저히 여행할 생각이 없네.”
“맨 온 파이어”를 보고 난 뒤 아내가 한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일이다. 아내와 나는 작년 연말 휴가를 이용하여
바로 그 멕시코시티를 다녀왔다. 한국으로 귀국 일자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자꾸 늦어지면서 생긴 여백의 시간이었다. 멕시코시티 행의 결정에 아내는 기대감으로
환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고개를 저으며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나는 여행이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까지 해야 할 어떤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안전한 나라만 여행하기에도 세상은 넓다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한, 드러난 위험은 대부분 대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 위험에 다른 상업적 목적과 표현에 의해 집중적으로 반복되어 생긴
실제 이상의 과장이 포함되어 있다면.



국경도시 티후아나를 이륙한지 세 시간 반만에 비행기는 멕시코시티의
베니또 후아레스 국제공항 AEROPUERTO INTERNACIONAL BENITO JUAREZ 에 도착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크다는 이 공항은 도심에서 약 7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물리적인 거리는 멀지 않으나 악명 높은 멕시코시티의 교통체증으로 숙소까지 가는
실제 시간은 많이 소요되었다. 특히 이번 여행의 숙소는 멕시코시티의 ‘역사적 중심지역
CENTRO HISTORICO’에(행정적,문화적 중심이기도 하다.) 인접해 있어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차는 거북이 걸음이었다. 여행 가방만 없다면 내려서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를 지경이었다.
원래도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혼잡을 이루는 곳이지만 휴무기간인 크리스마스에 가까운
시간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소깔로 ZOCALO 광장으로 몰려나온 듯 했다.



체크인을 하자 아내는 잠시 눈을 붙이겠다고 했다.
앞선 마추삐추의 여행처럼 다시 또 한국에 다녀온 직후에 이루어진 여행이라
아내는 시차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창문의 커튼을 쳐주고 혼자 광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광장의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았다.

소깔로광장의 ‘소깔로’는 ‘기단(基壇)’이란 뜻으로 원래 독립기념물을 세우려다가
토대만 만들고 취소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공식적인 이름은 “헌법 광장
PLAZA DE LA CONSTITUCION”이다. 이곳에서는 평소 각종 행사와 공연, 그리고 
다양한 목적의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 여행 중에는 스케이트장이
개장되어 많은 사람들이 얼음을 지치고 있었다.
멕시코시티의 겨울날씨는 얼음이 얼 정도는 아니니 인공으로 얼린 얼음이겠다.

네모난 광장의 둘레를 따라 각종 관공서 건물 - 시청 AYUNTAMIENTO, 대법원 SUPREMA
CORTE DE JUSTICIA , 대통령궁 PALACIO NACIONAL, -과 뗌쁠로 마요르 TEMPLO MAYOR,
대성당 CATEDRAL METROPOILTIANA 등이 둘러서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이래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로서 건물들의 외관이 마치 유럽의
어느 거리를 옮겨온 듯했다. 광장 주변에는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호텔 직원의 말대로 소깔로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게 안전이 확보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소깔로 광장에서 본 대통령령 궁


*대성당


*소깔로 주변의 거리.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단잠을 자고 난 아내는 싱싱한 기운을 되찾았다. 한국시간으론 아침시간인 것이다.
아내와 소깔로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숙소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멕시코에 왔으니 데낄라를 넣어 만든 마르가리따 한잔을 빼놓을 수 없겠다.
소금을 두른 동그란 잔을 들어 아내와 건배를 했다.

여행 첫날의 저녁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앞으로 있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밤이 깊어가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지만
우리는 오래 광장을 내려다 보며 앉아있었다.
광장엔 사람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멕시코를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4월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7월이나 8월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4월은 온화한 기온과 맑은 날씨 때문이고 7월이나 8월은 하루에
한 번씩 내리는 소나기가 대기의 오염을 씻어주어 공기가 가장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또 이 시기는 방학시간이라 아이들을 학교에 통학시키는 자동차 행렬도 사라져서
매연도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고원의 분지형 도시인 멕시코시티의 대기오염은
매우 심한 편이다.

멕시코시티는(현지인들은 “메히꼬데에페 MEXICO D,F.(DISTRITO FEDRAL)" 혹은 그냥
“메히꼬”라고도 부른다.)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지구 최대의 도시이다.
인구의 집중은 도시를 키우지만 더불어 다양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또 드러낸다.
멕시코시티도 그렇다. 우리는 그 멕시코시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잠깐 만나 보러 온 것이다.

아즈텍과 마야의 문명이 탄생했고 스페인 침략과 더불어 몰락하여 신화가 된 곳.
300년의 식민통치로 전통 문화와 이민족의 문화가 분리될 수 없이 뒤섞여버린 곳.
조상을 죽인 사람들을 새로운 조상으로 둔 혼혈민족이 사는 곳.
챙이 넓은 멕시코 전통의 모자 솜브레로 SOMBRERO 가 있는 곳.
일년 내내 축구의 열기로 뜨거운 곳.
또르띠야와 따꼬, 나초와 파히따스 FAJITAS, 몰레 MOLE와 리몬(레몬)을 먹는 곳.
재산 순위 세계 1-2위를 다투는 부호와 최악의 가난이 공존하는 곳.
화려한 색채와 열정적 춤과 음악으로 축제를 즐기는 곳......

세상 어느 곳이라 한들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곳이 있으랴.
더군다나 잠시 스쳐가는 여행객으로서.
다만 멕시코의 유명한 까를로스 뿌엔떼스 라는 작가가 했다는 말을 되새김질 해 볼 뿐이다.

“격정과 정열과 광란으로 멕시코를 믿을 뿐이다.”

'여행과 사진 > 멕시코 및 중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멕시코시티 3  (0) 2014.05.06
멕시코시티 2  (0) 2014.05.06
마추삐추 가는 길(끝)  (2) 2014.05.06
마추삐추 가는 길5  (0) 2014.05.06
마추삐추 가는 길4  (0) 2014.05.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