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 일년에 두 번 문이 열리는 간송미술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가을 전시의 주제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이다.
추사의 대표적 작품 40여 점을 통해 유명한 "추사체" 형성의 과정을 볼 수 있다고.
아내와 이번 주에 가볼까 하고 알아봤더니 올해 부터는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관람객의 안전과 편의, 작품의 보호를 위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도라고.
그런데 예약이 폭주하여 전시회 끝나는 26일까지 날 때까지
모든 예약이 끝났다고 미술관 홈페이지는 알려주었다.
이런!
매번 사전예약제를 한다면 간송미술관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이
앞으로 만만찮은 일이 되겠다는 뜻도 되겠다.
국립공원의 산장 예약처럼......
대신 12월 12일 부터는 동대문플라자에서 일반인 관람객을 위한 "진경산수화전"을
열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나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
지난 여름에도 동대문플라자에서는 간송문화재단의 특별전이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의 이런저런 일들과
딸아이의 결혼에 따르는 바쁜 시간이 지나가고 난 뒤
전시회 마지막 날인 9월 28일에야 지인들과 전시회장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무쪼록 우리 민족 문화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도록
새로운 전시와 관람의 방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가을 날씨답지 않게 날씨가 꾸물꾸물했다.
잿빛 구름이 비를 몰고올 기세다.
외출을 접고 간송미술관에서 발행한 지난 전시회 도록을 펼쳐보며 보냈다.
*혜원 신윤복의 그림, "단오풍정(端午風情)"
2006년 "간송문화"에는 위 그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달았다.
이 그림은 단오날 추천(鞦韆, 그네타기)놀이를 나온 한 떼의 여인네들이 시냇가에
그네를 매고 냇물에 몸을 씻으며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그넷줄을 드리울만한
거목이 있고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곳이라면 당시의 서울에서야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정릉이나 성북동 골짜기는 물론이고 삼청동이나 인왕산 계곡을 비롯하여 남산이나
낙산 주변의 여러 골짜기들이 이런 놀이에 적합하였을 터이니 말이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로서는 퍽 깊은 계곡이어서 인적이 끊어진 후미진 곳이엇기에
여인네들이 마음놓고 의복을 훌훌 벗어 던지고 냇물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에는 산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위 틈에 숨어든 동자승 둘이서 이 기막힌 풍경에 희희락락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하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혜원은 짐짓 화면의 촛점을 딴 곳으로 옮기려고
그네 뛰는 여인에게 화려한 의상을 입히고, 머리 손질하는 여인에게는 엄청나게 큰 다리머리를 모두
풀어놓게 한 모양이다. 다홍치마에 반회장 노랑저고리만으로도 지극히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백설 같은 속곳들이 반 넘어 내 보이는 것은 반라의 여인들에게서보다 훨씬 더 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앉은키보다도 더 큰 다리머리에서도 당시 사람들은 이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비녀 (婢女, 계집종)인 듯한 여인이 유방을 드러내어 놓은 채로 옷보따리를 이고 오는 것으로써 화면은
상하의 연결이 이루어져서 혼연(渾然)한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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