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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양재천변 가을 단풍

by 장돌뱅이. 2014. 11. 4.

우리나라의 도시에는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생활숲의 면적이 다른 나라의 도시에 비해 너무 작다. 특히 서울은
국민 1인당 생활숲 면적이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삶의 질이란 항목만 들이대면 우리가 사는 모습은 늘 이렇게 작아진다.

그런 서울에도 가을이 왔다.
7년의 외국 생활 후 처음 맞는 가을이라
처음엔 이름난 먼 곳, 일테면 설악산 쯤으로 단풍을 보러갈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가까운 곳에, 고맙게도 아직 남아 있는 숲과 나무만으로 계절의 모습을 느껴보기로 했다.
먼 곳의 화려함을 보기 위해 길 위에서 흘려야 하는 시간을
가까운 곳의 고마운 소박함을(?) 더 오래 바라보는데 쓰기로 한 것이다.

양재천 변의 시민의 숲.
아내와 내가 갔을 때는 뉴스에서 보는 설악산과는 달리 아직 단풍이 절정이 아니었다.
그래도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적함과 향긋함이 좋아 한참을 걸었다. 

숲 가까이 있는 꽃시장엔 가을 국화가 화려했다.
아내는  탄성을 질렀다.

하얀 억새꽃길을 지나 숲 가까이 있는 카페에서 늦은 브런치를 먹었다.
두 손으로 움켜쥔 커피잔이 따뜻했다.

단풍은 빠른 속도로 남진을 했다.
양재숲을 다녀온 지 불과 일이 주만에 단풍은 일상의 모든 공간으로 파고 들었다.
아파트 화단에, 학교 교정에, 출퇴근길 가로수에,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목에......

 

 

 

 

 

싸늘해진 바람에 나뭇잎들은 어느 새 떨어져 이리저리 흩어져있다.
버석거리는 메마름에 허전함과 애잔함도 함께 굴러다닌다.
가을 아닌가!

   이렇게 연민들이 사무치게 번쩍이는 날은
   우리 강으로 가, 강 볼까, 강 보며 웃을까
               - 최하림의 시, 「그리운 날」- 

시 속의 '강'을 '숲'으로 읽어도 될까?
오늘 저녁엔 아내와 조동진의 노래 "나뭇잎 사이로"를 들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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