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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강원도의 힘 - 아침가리의 추억1.

by 장돌뱅이. 2012. 4. 16.

         이른 아침부터 밭을 갈아야하는 곳이라는 말뜻을 지닌 아침가리와 골이
         깊은 대골은 산 속의 궁벽했던 살림살이와 함께 땅과 하늘을 가슴에 품는
         넉넉함을 짐작하게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홁과 나무로 집을
         짓고 모여 살았던 이들은 지금 거의 다 떠났다. 홀로 남은 집들은 이곳에
         태(胎)를 묻은 사람들을 기다리다 지쳐 허물어져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웠다.
         밤의 달무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내세우면서 다가오는 봄날은 어느 새 눈부
         시다. 그리고 폐교된 방동초등학교 아침가리분교 터 한 쪽에서 뷹은 때찔레
         꽃의 봉오리들이 활짝 피어오를 때 아침가리는 여름을 맞는다.
         그리고도 짬없이 이어지는 가을과 긴 겨울이 있다.

                                                                    -안치운의 글 중에서 -

진동리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걸어 아침가리를 향했다.
계곡 양쪽의 가파른 경사에 매달린 듯 나있는 옛길은 풀과 나무로 지워지며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계곡의 안쪽 아침가리에 살던 사람이 떠나버려 사람의 발길이 닿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드러난 팔과 다리는 나뭇가지와 바위에 긁혀 쓰라려 왔다.
길이 끊어지면 건너편 산자락으로 이어진 길을 찾느라 우리는 계곡을 가로 질러야 했다.
그럴 때마다 아직 차거운 물에 몸을 적셔야 했지만 그것은 유쾌한 경험이었다.
길은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아침가리계곡을
맑고 깨끗하게 지켜온 원시적인 힘이 아니던가.

맑고 깨끗함.
불편함 그러나 유쾌하고 상쾌함.
자연의 단순한 매력에 빠지고
그에 반응하는 감각을 통해 우리도 자연과 동화되어감을 느끼는 순간이 황홀했다.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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