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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1999 방콕&푸켓2

by 장돌뱅이. 2017. 8. 20.

3. SIAM WATER PARK
우리가 이 곳을 이번 여행의 제일번 방문지로 정한 이유는 이곳이 그만큼 중요한 곳이라거나 다른 곳에 비해
기대해 볼만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여행에서 제일 먼저 찾아 갈
곳은 국립박물관이었다.

일정의 급선회는 어제 저녁, 아니 시간으로 정확히 따지면 오늘 새벽 호텔에 체크인 한 후 도착 기념으로
호텔 커피숖에서 싱하 맥주를 한 잔 기울이다 이루어졌다. 딸아이가 커가면서 여행 때마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늘게 되었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매달 치루는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내와 딸의 '그 시기'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내가 일터에서 어떻게 짬을 내야하는 또 다른 문제와 맞물려 여행계획을 짜기란 정말 어려운
고등수학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딸아이가 위험한(?) 날짜에 근접해 있었다. 모든 걸 하늘에 맡기고 이번 여행을
강행한 것인데 쥬스를 마시던 아이가 웬지 곧 '시작'될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서둘러 일정을
조정했다. '일이 터지기 전'에 대비해 딸아이에게 수영과 몰놀이의 기회를 앞당겨 주자는 배려였다.

SIAM PARK는 방콕의 북동쪽 외곽 MINBURI라는 곳에 위치해 있고 우리가 묵고 있던 스쿰윗 SOI 26에서 자동차로
50분 정도 걸렸다. 오전 9시에 개장을 한다고 하여 맞추어 갔더니 10시가 다되어서야 표를 시작했다. 입장료는
생각보다 비쌌다. 특히 외국인에겐 현지인 보다 비싼 400바트(딸아이는 300바트)를 받았다.
이런 식의 외국인에게 차별을 주는 2중 가격제도는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도 시행을 하다 최근엔 폐지를 한 것으로
아는데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인 것 같다.

SIAM PARK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고 간 여행 안내 책자 LONELY PLANET 방콕에는 'IT'S HIGHLY RECOMMENDED
FOR A SPLASH'라고 씌여 있었으나 우리는 입구에서부터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사용하지 않는 듯 보이는 옛 매표소는 오래 방치 된 듯 먼지가 낀 채로 쾡한 모습으로 있고 변변한 벤치도
거의 없어 기다리기도 불편했다. 입구의 안팎의 페인트로 그린 장식물들은 좀 조잡해 보였다. 공원 내부에는
우리가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몇 탈 것들과 수영 시설이 있었는데 우리는 곧바로 수영 시설로 향했다.
수영 시설은 인공 비치, 직선형 및 나선형 미끄럼틀, 물이 흐르는 풀장 등이 있는데 나는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애버랜드의 캐러비언 배이보다 훨씬 떨어지는 수준이라는게 우리 아이의 평이었다. 탈의실이나 샤워실
설비도 기대 이하였고 옷가지를 보관해두는 LOCKER도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드러난데다가 찌그진데가 많아
영 불안해 보였다. 한마디로 우리 가족의 태국 방문 기억 속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실망스러운 곳이었다.
다만 우리가 태국에서 가본 곳 중 외국인이 가장 적게 보이는 곳이었고 태국인들과 거래하는 것이 아닌 함께
어울려 볼 수 있는 것이 재미라면 재미였다. 세상 어느 곳에서나 그렇듯이 물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이 곳
개구장이들의 목소리도 맑고 싱그러웠다. 말이 통하지 않는 데도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치자 이내 수줍게 아는
척을 하며 더러는 은근히 장난까지 걸어오는 천진함이 우리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4. BTS (BANGKOK MASS TRANSIT SYSTEM)
SIAM PARK에서 다소 썰렁하게 방콕의 첫방문을 마친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ORIENTAL HOTEL로
향했다. 교통편은 최근에 개통한 전철BTS을 타기로 했다. 방콕 시내를 동서, 남북방향으로 가르는 2개의 LINE이
SIAM 역에서 교차하는 BTS는 99년 12월에 개통되어 무척 깨끗했고 무엇보다 토요일 오후의 교통난을 피할 수 

있어 좋았다. BTS의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른데 우리는 스쿰윗 SOI26의 PHROM PHONG역에서 종점인
SAPHAN TAKSIN역까지 20분 정도의 거리를 일인당 40바트씩 120바트를 주고 티켓을 끊었다.
아마 가장 비싼 구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방콕 시내 택시 기본 요금이 36바트인것에 비하면 비싼 감도 있으나
빌딩 사이로 거침없이 달리는 기분이 괜찮았다.


5. CHINA HOUSE와 딤섬
소설가 백파 홍성유씨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근엄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맛있고 특이한 음식을 경험해 본다는 것은 정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향토색 짙은 그 지방 특유의 음식은
그 지방 사람들이 오랜 기간 가꾸어 온 문화인 것이다. 더구나 먼 외국의 낯선 음식들 중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보는 것은 미로를 더듬어 나가는 것처럼 즐거운 또 하나의 모험이다. 여행을 하기위한 연료보충의
개념이 아닌 여행지의 일부로 음식점을 생각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전화로 예약을 해 둔 CHINA HOUSE는 ORIENTAL HOTEL 앞쪽에 주건물과는 분리된 별도의 아름다운
흰색 집이었다. 실내 역시 세계 정상급 호텔의 부속 식당답게 정갈한 분위기였다. 흰색의 벽면에 요란스럽지
않은 장식들과 조용한 음악은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 CHINA HOUSE는 이름 그대로 중국 음식점이다.
우리는 딤섬을 주문했다. 우리 가족은 몇해 전 홍콩 여행 때 딤섬을 맛 본 이래 이 자그맣고 귀여운? 음식에
열광팬이 되었던 것이다.

DIMSUM 點心은 안에 육류, 어류, 야채, 앙금류(단팥, 밤등)등을 넣고 겉을 밀가루,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감싸 조그만 대바구니에 쪄내는 작은 만두와 미니요리를 일컫는 광동음식이다. 종류는 매우 많아 일일이
기억할 수도 없는데 우리는 여러가지를 맛 보기위해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세트 메뉴의 약점은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없고 약간 맛이 덜한 것도 먹어야 한다는데 있지만 딤섬이야 만두가 주종이니 거의 우리 입에
맞는 음식이라 다양한 걸 맛보기로 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심각해지겠는가?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세트 3인분(15가지 딤섬이 나옴)에 싱하 맥주 한병과 콜라 3잔를 곁들인 값은 2,300바트였다.
방콕 시내에는 이 곳 말고도 대부분의 중국음식점에서 점심때 딤섬을 파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 곳에 와 보고 싶었다. 최고가 반드시 최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방콕 내지는 세계에서
내놓을 만한 호텔에서 한두끼의 식사는 우리 가족이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던 일이었으니까.

 

6. AUTHOR'S LOUNGE

ORIENTAL HOTEL은 CHAO PHRAYA 강가에 붙어 있는 방콕에서 가장 비싸고 유서 깊은 호텔이라고 한다.
호텔 외양은 다른 일반 호텔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호텔은 고도로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곳에 한번 머무르면 호텔은 고객의 이름과 아침식사로 좋아하는 음식과
심지어는 객실 장식용으로 고객이 어떤 꽃을 좋아하는가까지 기억해 준다고 한다.



이 곳에는 또 AUTHOR'S WING이라는, 지금은 신축된 건물에 가려 왜소해진 건물에는 죠셉 콘레드나
섬머셋 모옴같은 세계 유명 작가들이 한 때 머물렀던, 그래서 방마다 그들의 이름을 붙여놓은 객실이 있다.
CHINA HOUSE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는 AUTHOR LOUNGE로 갔다. 그곳은 연한 연두빛 색감이 흐르는
아늑한 곳이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치 아내와 난 학창 시절에 읽었던 모옴의 '인간의굴레'나
'달과 6펜스'등을 떠올려 보았고 잠시 작가라도 된 듯한 기분에 젖어 보았다.
오전에 물놀이를 한 탓일까. 식곤증때문일까. 싫치않은 나른한 분위기 속에
우리는 한참을 이 곳에서 늘어져 있었다.

AUTHOR'S LOUNGE를 나온 우리는 호텔내를 구경삼아 돌아다녔다. 입구의 벨보이부터 눈을 마주치는
모든 호텔 직원들에게서 세련된 친절과 부드러움이 묻어나 세계 정상급의 호텔이라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았다. 고객은 주로 서양 사람들로 나이든 부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풀장 옆에 나란히 누워 책을
읽거나 LOBBY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모두가 한가로워 보였다. 아내와 난 "우리도 저 나이땐 저렇게
평화스럽게 늙어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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