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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1999 방콕&푸켓3

by 장돌뱅이. 2017. 8. 20.

7. WAT TRAIMIT
황금불 사원이라고도 부르는 이 사원은 오리엔탈 호텔에서 택시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1953년 어느 날 석회로 둘러쌓인 이 불상을 옮기다 인부의 실수로 불상을 떨어뜨렸는데,
깨진 석회석 표피사이로 황금빛이 새어나오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는 전설같은 얘기를 지닌
이 곳의 불상은 높이 3미터 무게 5.5톤의 순도60% 황금으로 만들어졌다.

버어마군의 약탈을 피하려고 석회를 씌운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불상은 항마촉지인 자세를 취하고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미남형이었다.
수코타이 시대에 만들어졌다고하는데 나중에 박물관에 가서 보아도
이 시기의 불상은 모두 코가 코메디언 이홍렬처럼 뺑코로 생긴 것이 흥미로웠다.






8. IF IT SWIMS, WE HAVE IT.


'헤엄치는 것은 다 있습니다.'
이 재미있는 표현은 우리가 저녁을 먹기 위해 간 식당 네온사인에 커다랗게 써있는 글귀이다.
식당의 원래 이름은 'SEAFOOD MARKET AND RESTAURANT CO., LTD.'이다.
우리 가족은 그냥 'IF'라고 불렀다. 우리 숙소와 멀지 않은 SOI 26에 있어서 천천히 걸어서 갔다.
날이 어느 덧 어두워 가게마다 불을 밝히면서 거리는 낮과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식당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회사 이다.
좌석이 1000개이상 되는 듯 했다. 넓은 주차장을 앞에 두고 입구 왼 편에는 수십명의 요리사가
저마다의 요리에 분주하다. 이 식당은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이 여느 식당과는 달리 좀 특이하나
우리 가족은 2년전에 이 곳에 와 본 적이 있어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식당 안은 두 부분-MARKET과 RESTAURANT-으로 나뉘어 있는데 손님들은 식당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입구에서 예약 여부를 말하면 좌석으로 안내해 준다. 이 다음에 할 일은 MARKET쪽으로 가 비치된
장바구니를 들거나 밀차를 끌며 우리가 슈퍼에서 쇼핑하듯이 진열대 위에 전시된 여러 가지 해산물
중에서 먹 고 싶은 것을 고르면 된다. 진열대 오른쪽에서 왼쪽방향으로 생선류, 바다가 재, 새우류,
조개류, 게등이 있고 해물류가 끝나면 야채 코너가 있다. 계속해서 왼쪽으로 진행하면 초밥과 새우튀김
등을 해주는 코너가 있고 마지막에는 후식용 과일점이 있다.

쇼핑이 끝나면 식당쪽으로 오기 전 일단 계산을 해야 한다. 해산물을 사는 데 '어떻게 해먹지?'등을
전혀 고민할 필요없이 일단 자신있 게 고르면 된다. 안내해주는 아가씨에게 협조를 부탁하면 친절히 응해 준다.
쇼핑과 계산을 끝내고 장바구니를 들고 식당의 좌석으로 돌아오면 직원들과 조리법에 대하여 협의를 하고
나중에 나올 때 조리비용을 계산하면 된다. 조리방법을 협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굽거나 찌거나 CURRY소스,WITH PEPPER, WITH GARLIC등 종업원이 제시하는 것에서 골라잡아도 되고
그냥 '니 맘대로 해주세요' 하더라도 먹을만 하다.

우리 가족이 먹은 것 중에서 팍붕(PAK BOONG, 영어론 MORNING GLORY)이라는 야채가 있다.
이 야채 는 말레이어로는 '깡꿍'이라고 하며 중국어로는 공싱차이(공심채空心菜)라고 한다.
주로 동남아에 가까운 더운 지방에서, 그리고 미나리처럼 물기있는 논같은데서 자란다.
팍붕은 값도 매우 싸 고 맛도 매우 좋다. 우리는 이번 여행 내내 음식점만 가면 이걸 한접시씩 주문했다.
다른 어떤 식당 (푸켓의 카쪽시, 보트하우스, 반림파)보다도 이 'IF'식당의 팍붕이 맛있었다.

우리 가족이 팍붕을 처음 먹어 본 것은 6년 전 인도네시아에 살 때이다.
특히 아내가 좋아했었는데 이번에 마음껏 먹으며 즐거워했다. 'IF'는 고르는 해산물에따라 가격이 만만찮을
수도 있지만 스쿰윗 거리에 머 무르게 되는 분은 한국음식만 고집하지말고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재미도 있고 맛도 좋은 곳이니까.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혹 있을지도 모를 오해 - 'IMF시대에 이 인간들 좀 흥청망청하는 것 아니야?' 하는
식의 - 를 피하기 위해 몇가지 사족을 달아 본다. 우리 가족은 몇 해전부터 일년에 한 번 정도의 해외여행을
해보려고 목표를 세우고(못 할 때도 있었지만) 이를 위해 별도로 얼마씩의 저축을 해 오고 있다.
해마다 돼지 저금통 하나씩을 새로 마련해 '태국으로 가는 돼지'하는 식의 목적지 이름을 붙여 놓고
온 식구들이 푼돈도 열심히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여행에는 이곳 저곳의 음식 경험에 많은 비중을 두었기에
다소 비싼 곳이라도 한번씩은 들러 보기로 하였다.

말이 나온 김에 우리 가족은 해외 여행객의 증가가 마치 경제환란의 주범인냥 몰아 세우는 논리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알고 있다. 경제환란은 잘못된 정치 경제구조에 주된 원인이 있는 것이지 단순히
해외여행객 숫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물론 무분별한 호화사치 여행이나 보신관광류의 여행문화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일부 부류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건 있는 그야말로
극소수일 터이다. 어느 사회에나 있는 걸 굳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인냥 자학할 필요는 없으며 더구나
그 극복은 건전한 여행문화의 정착으로서만 가능할 것이다.

여행은 낯선 곳을 경험한다는 모험의 의미도 있지만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강력히 권하는 이유이다. 특히 아직 어린 딸아이에게 나는 세상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제공해 주고 싶다. 딸아이는 아내와 내가 젊은 날을 보냈던 칠팔십 년대
우리 나라의 억압적이고 획일적인 상황과는 분명하게 다른 시대를 살고 있거나, 살아 갈 것이기에,
혹은 살아가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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