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1999 방콕&푸켓5

by 장돌뱅이. 2017. 8. 21.

13. 식당 "SALA RIM NAM"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다시 전철을 타고 오리엔탈 호텔의 부속 식당 SALA RIM NAM으로 향했다.
SALA RIM NAM(이하 S.R.N.)은 '강변의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원래는 어제 저녁에 가 볼 계획이었는데
예약이 완료되어 하루를 늦추게 되었다. LONELY PLANET에는 '가격이 보통을 훨씬 상회하지만 음식도
공연내용도 태국식 건물의 내외 장식도 그러하다'고 쓰여 있었다.



S.R.N.은 오리엔탈 호텔의 강 건너편 THONBURI 쪽에 있어 호텔 앞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배를 타기위해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자 4인조 실내 악단의 연주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를 들었다.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S.R.N.은 저녁 7시부터 식사를 시작하고
8시반부터 공연을 시작한다. 실내에서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세트 메뉴로 모두 동일한 음식을
먹게 되고 바깥쪽 강가에 마련된 식탁에서는 원하는 것을 주문하여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식당 내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가 들어갔을 때 이미 거의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흰 색 벽면에 검은 티크로 장식된 실내는 편안한 등받이와 더불어 '그래 바로 여기야'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음식은 '톰 얌 꿍'을 비롯한 열가지 정도가 나왔다. 가격만큼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먹을만했다.
정갈함이 돋보이는 '태국정식'이라고나 할까? 공연내용은 화려한 장식의 옷을 입은 원숭이와 공주등의 춤,
로즈가든에서 볼 수 있는 격투기등등이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이었다.


14. JIM THOMSON'S HOUSE
방콕포스트에 우리 나라 충남 당진에서 낚시대회가 열렸다며 '살을 에는 바람(BITING WIND)속에 털모자를
쓰고 웅크린 저수지 얼음위의 강태공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사람의 감각은 얼마나 기억력이 짧은가.
한국을 떠나온지 겨우 3일째인데 '지금이 그렇게 추울 때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더운 날씨를 불평 말자고
하면서 우리는 짐 톰슨의 집으로 향했다.

세상에는 극적인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 많지만 짐톰슨도 그런 사람 중에 한사람인 것 같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동안 OSS 대원으로 태국에 근무하다 귀국한 후 다시 태국으로 돌아와
타이 SILK를 세계 패션가에 소개시킨 사람이다. 그는 태국 예술과 문화에도 관심이 깊어 광범위하게
문화 유물을 수집했다고 한다. 1965년 그는 말레이시아 여행 중 실종되었다.

짐톰슨 수집품의 문화사적 가치나 태국 문화계에 그가 끼친 영향 또는 그에 대한 태국국민의 평가를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태국 옛집은 분명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립 경기장 맞은 편 SOI KASEM SAN 2의 끝부분에 있는데 택시가 마당 한가운데까지 들어 갈 수 있다.



마당을 거닐며 붉은 색의 전통 태국 중부 건물들을 보는 것은 공짜이고 내부를 돌아보는 것
(반드시 가이드 동행해야함)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두가지 다 해 볼 만한 것이었다.
건물안에서는 그의 수집품들과 사생활 공간을 엿볼 수 있었는데 흥미로웠다.
옆 건물에서는 짐 톰슨 타이 실크로 만든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엽서와 선물용으로 동전지갑 몇 개를 골랐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이 곳 역시 둘러 볼 필요가 있겠다.
'충동구매'만 자제할 수 있다면 타이 실크의 고운 빛깔과 감촉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므로..
전철등을 타고 골목을 따라 걸어가려는 여행자들은 입구 쪽에 멋진 의상을 입고 점잖게 '짐 톰슨 집은
문을 닫았다'고 말을 붙여 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여행자들을 다른 상점으로 유혹하려는
'삐끼'이니까.(LONELY PLANET)


15. 베트남 식당 "LE DALAT" 

'LE DALAT' 아침에 방콕포스트를 보니 우리가 가려고 맘먹고 있던 'LE DALAT'의 광고가 조그맣게 나있었다.
'4년 연속 최고의 베트남 식당상 수상'(누가 준 것인지는 써있지 않았다.) 이 날 점심은 베트남 음식에 대하여
일가견이 있는 한국인 K가 동행하기로 했다. K는 방콕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나의 후배였다.



LE DALAT은 스쿰윗 SOI 23으로 200M쯤 들어가 왼쪽에 위치해 있었다.
입구 초입 오른쪽에 LE DALAT INDOCHINE이라는 아름다운 건물의 식당이 있어 우리는 잠시 헷갈렸지만
종업원이 LE DALAT은 더 가야한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LE DALAT INDOCHINE 식당도 훌륭해 보였다.
아침에 본 방콕포스트에도 이 두 식당이 같은 광고란에 나란히 올라 있었는데 두식당의 주인들이
아마 가까운 사이이거나 아니면 한 주인인 것 같다.

LE DALAT은 작고 아담한 정원을 통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웃으며 맞아주는 종업원의 흰색 아오자이가
시원한 느낌을 주었고 대부분의 이름난 음식점이 그렇듯 단정한 실내 장식과 깨끗함이 느껴졌다.
음식 역시 기대한대로(익숙한 K의 도움으로) 무척 만족할만 하였다. 그러나 K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이 곳은 사진으로 된 메뉴가 있어 주문하기가 쉬워 보였다. 음식값도 적절한 곳이었다. 


16. '밴댕이'의 쇼핑 따라다니기
무척 오래전, 결혼 초년병 시절의 일이지만 아내의 쇼핑을 따라 갔다가 다툰 적이 있다.
아내의 옷인가 누군가에 줄 선물인가를 사러 갔었던 것 같은데 백화점 안에서 아내 따라 다니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에는 옷을 산다기에 그저 슈퍼마켓에서 일용품 사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거야 밀차를 밀며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 아내는 미리 해온 메모를 보며 간단히 살 물건을
골라내는 식이라 매장내를 한바퀴만 돌면 되니까 힘들 것도 없고 흥겹기까지 한 일이다.
그런데 옷을 사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일단은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예비심사를 한 후
개별 점포에 들어가 본격 심사를 시작하는데 자신이 골라 입어보고 점원이 권해서 입어보고
또 갈아입을 때마다 "어때 괜찮아?"하며 물어 보고...... 물론 처음엔 나도 그러는 아내의 모습이
예뻐 보여 진지하게 의견도 말하고 다른 옷을 권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들르는 점포마다
반복되면서 나는 몸이 슬슬 뒤틀려옴을 느끼기 시작했다. 평소 등산으로 다진 체력이라 한두 시간쯤
걷는 것은 별일 아닐 터인데도 이상하게 다리에서 허리까지 뻣뻣해져 왔다.



아내는 계속 이건 디자인이 맘에 드는데 색깔이 그저 그렇고 저건 색상은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하며 옷 찾아 삼만리를 계속하고.....
"이제 대충하고 그만가자. 다리 뿌러지겠다."
어느 순간 내 목소리가 퉁명스러워졌던지 아내는 재빠르게 상황을 읽어 버렸다.
그 날 사태의 진전이 어디까지 갔던가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억은 없다. 다만 그 이후로 아내는
한동안 그 일을 들먹이며 " 내가 저 밴댕이 속(아지)같은 남자 때문에....."
하면서 나와의 쇼핑을 꺼려하는 것 같았다.

요즈음은? 아내도 나와 동갑내기인지라 어느덧 40살을 넘긴 '너무 씩씩한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마치 영화 '넘버3'의 송강호처럼 말한다.
"내가 그런 일에 남편 눈치 볼 '군번'이야?"
딸아이도 자랐다. 누가 핏줄은 못 속인다고 했던가. 딸아이는 엄마보다 더 하다.
얘는 특별한 주제가 없어도 백화점 전층 순례를 좋아한다. LE DALAT에서 나와 K와 커피 한잔을 한 후
오후의 모든 시간을 우리는 EMPORIUM 백화점을 돌아보는데 보냈다. 원래는 푸켓 준비물 좀 사고
발맛사지라도 받아 볼까 했는데 말이다. 어쩌랴. 딸아이한테 마저 '밴댕이 아빠'가 될 순 없는 노릇이니
따를 수 밖에. 딸아이가 두세시간을 투자하여 산 것은 제 친구들에게 줄 자그마한 휀시용품 몇개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