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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1999 방콕&푸켓7

by 장돌뱅이. 2017. 8. 22.

19. 툭툭이 타기
나는 여행 중 물건을 잘 사지 않거니와 꼭 사야할 경우 가급적 백화점등의 정찰제 판매점을 이용하는 편이다.
그것은 길거리나 시장의 판매제품의 질을 무조건 우습게 안다거나(언젠가 방콕 스쿰윗 거리에서 산 티셔츠는
품질이 놀랄만큼 좋았었다.) 나의 경제력이 고급 제품만을 선호해도 될 정도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주된 이유는 단지 내가 물건값을 깍는데 별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난들 외국여행에서 쇼핑이, 쇼핑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도 하나의 재미이고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랴. 그런데 그 밀고 당겨야 할 폭이며 정도가 나에겐 항상 부담이
되는 것이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근무 할 때의 일이다. 식구들과 반둥 화산지역의 온천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린 사내 아이가 이상하게 생긴 야생동물을 팔고 있길래 호기심에 얼마냐고 물어 보았다.
그 때 난 살려는 의도는 없었고 단지 값이나 알아 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처음엔 가격을 100불 가까이 부르더니 내가 별 관심없이 돌아서자 주차장까지
따라 오며 계속 값을 내리는 것이었다. 나중엔 10불 가까이 까지 내려 갔는데 살아 있는 짐승만 아니라면
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때 내가 놀란 것은 최초 가격에서 90%나 떨어진 가격이었다.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 후기들을 읽어 보면 이렇게 규정화 되지 않는 가격들로 인해 생긴 애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푸켓에서의 '툭툭이 타기'도 그 단골 메뉴인 것 같다. 여행을 가기 전 내가 열심히 조
사했던 부분 중의 하나도 바로 이 '툭툭이 타기'이다. '푸켓22'에는 이것을 '필요악'적인 존재로 규정하며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안가리는 툭툭이의 횡포를 적어 놓았다.
-'과속은 기본이고 음주운전은 선택이며 손님들에게 바가지요금 씌우기 외에도 비싼 쇼핑센터로 안내해
커미션 챙기기, 패키지 여행 프로그램을 비싼 값에 팔기, 퇴폐 마사지 업소 안내하기등'.
적어 놓고 보니 흥부전의 놀부 심술을 나열한 것 같아 웃음마저 돌지만 실제로 현지에서 이중 한가지라도
당하게 되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못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필요악'이라 했으니 '악'보다 '필요'한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푸켓에서는 이 심술쟁이가 짧은 거리를 기동력 있게 이동하는데는
가장 손쉽고 경제적인 방법인 것이다.



'ON THE ROCK'에서 돌아와 우리는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 여덟시가 넘어서야 BOAT HOUSE를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예약을 8시 반 이후로 해 놓았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툭툭이와 협상을 해 보기로 했다.
길가로 이르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던 툭툭이 아저씨들이 말을 걸어왔다.
기다리는 사람보다는 손님을 찾아 돌아다니는 운전수가 더 정직할 확률이 높다고 '푸켓22에 쓰여 있지만
말을 걸어 오는데 대꾸를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오후에 벼락치기 공부를 해둔
태국어를 총동원해 보았다.
" 빠이 보트하우스 타올라이 캅? "
" 능러이 하씹"
" 팽 빠이. 커 롯 다이 마이 캅?"
" 능러이 하씹"
" 팽 빠이. 팽 빠이." - 비싸다는 말이외에 내가 더 할 말이 뭐 있겠나.
" 하우 마치 유 원트?"- 아저씨가 나의 태국어 실력을 눈치챘는지 별안간 영어를 들이댔다.
" 능러이 다이마이? "
" 능러이? 오케이!."
협상은 싱겁게도 채 1분이 안걸려 끝났다. 그래서 보트하우스까지 가는데 100바트를 주었다.
방콕보다 비싼 것은 알겠는데 푸켓에서는 제 값을 준 것인지 어떤 것인지.....
분명한 것은 툭툭이가 태국이라는, 그것도 푸켓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생겨난 돌연변이
같은 존재라 할 지라도 그들이 횡포만 일삼는 불한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툭툭이와 부딪혀 볼 필요가 있겠다.


20. 식당 'THE BOAT HOUSE'
툭툭이는 우리를 빨간 차양에 흰색으로 BOAT HOUSE라고 선명하게 적혀있는 고급스런 건물 앞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안내를 따라 들어가니 왼편 벽면에 작년 10월 이 곳을 방문한 태국왕의 여동생을
찍은 여러 장의 스냅 사진이 붙어 있었다. 우리의 전화예약을 접수한 MONGKOL을 찾으니 친절하게
자리를 잡아준다. 1층 홀 안은 빈자리가 없이 꽉 차있다.

이 집에는 두명의 MONGKOL이 있는데 한 명은 MONGKOL S.이고 또 한명은 MONGKOL INCHUAN이다.
MONGKOL S.는 우리 예약을 받았던 사람으로 SENIOR WAITER인 듯 했다. 그는 작년 왕의 여동생 방문시
그녀를 모셨던 경력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 한명 MONGKOL INCHUAN은 우리가 방문한 두번의 저녁 모두
우리 테이블을 전담했는데 그의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태도를 우리 가족은 모두 좋아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식구는 이 곳을 이번 푸켓 여행의 최고의 식당으로 뽑았다.
그래서 푸켓에 머무는 4박5일 동안 4번씩이나(이 날 저녁을 포함해 저녁에 두 번 낮에 두번
- 낮에 두 번은 까따마마에 다녀오는 길에) 찾아보게 되었다.
'푸켓22'에서 인용해 보자.
"거칠 것 없는 바다 전망, 훌륭한 음식, 정중한 서비스, 타식당에 비해 월등한 와인 리스트등
일류식당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완벽히 갖추었다."
우리는 여기에 최소한 다음과 같은 말은 덧붙이고 싶었다.
'부드러운 밤바람, 해변을 스치듯 밀려오는 작은 파도 소리와 감미로운 음악, 저마다의 테이블에서
조용조용히 나누는 이야기 소리들, 그리고 해변으로 나와 고개를 들면 아 어느 새 낮게 내려와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

"아- 도대체 뭐가 더 나올려고 이러는 거야!!!."
아내는 와인과 첫 번째 음식을 먹으며 투정도 아니고 탄성도 아닌 이상한 표현으로 행복함을 나타내었다.
우리 뒷좌석에는 서양인 노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넥타이까지 맨 정장차림이었다.
푸켓에서 넥타이라니?. 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옷차림도 이 곳 BOAT HOUSE 분위기에는 유별나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더 둘러보니 나비 넥타이를 맨 아저씨도 보였다. 이 곳 역시 무엇을 먹어야 되나 고민할 필요는 없겠다.
아무거나 다 괜찮거니와 메뉴를 들여다 보면 BOAT HOUSE에서 추천하는 음식들이 별도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웨이터와 협의하면 잘 골라준다. 우리는 매번 MONGKOL 협조로 개별 음식을 시켜 먹었다.

우리 자리가 바다쪽으로 제일 가까운 자리였기 때문인지 식사시간 내내 쾌적한 바람이 불어 왔다.
그 밤바람의 상쾌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좋은 식당은 맛있는 음식만 있는 곳이 아니다.
그 곳에는 항상 그 곳만의 독특한 감동이 있는 것이다.
설혹 이곳에서 우리가 느꼈던 그것이 감동이 아니라 과장된 감정과잉이라고 누가 말한들 어떠랴.
우리는 분명 즐거웠고 행복했고 그 이상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를
거닐어 보았다. 저녁나절 때아닌 비가 쏟아지더니 어느 새 별이 총총 나와 있었다.
그렇게 또 한번의 아름다운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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