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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7 방콕에서 이룬 아내의 꿈과 나의 행복

by 장돌뱅이. 2017. 2. 5.

이번 설연휴 끝의 방콕행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원래 3월 경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여러 사정이 생겨 서둘러 앞당긴 것이다. 사실 여행 시기 이외의 다른 사항은 이미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어온 일이었다.

아내는 손자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더운 나라의 호텔 수영장에서 어린 손자와 보내는 시간을 꿈꾸곤 했다. 거기에 지난 일년 가까이 손자를 키우느라 수고한 딸아이와 사위에게 선물의 의미도 더했다.
옛 신화 속의 여성 메디아는 한 번의 출산과 육아보다 전쟁터로 세 번 나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던가?
복직을 앞 둔 딸아이는 "실제로 겪어보니 아이는 저절로 크지 않는다"는 말로 그간의 힘듦을 표현했다.
조바심과 안타까움, 걱정과 피로 등 사랑이 없으면 견뎌내지 못할 일들이 많았으리라.
사위 역시 딸아이를 도와 아이를 돌보는 일에 말없이 열심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옛날 딸아이를 키울 때의 부실했던 나의 태도와 비교하곤 했다.

어린 손자와의 여행은 기존의 여행과는 많은 것이 달라야 했다.
짐의 내용물부터 숙소의 선정, 식사와 식당의 선정, 동선, 이동 방법, 시간을 보내는 방법 등등.
핵심이 손자인 것은 당연했지만 어른들의 즐거움도 고려해야 했다.
수영장이 중심이었지만 하루종일 수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형 쇼핑문화 공간인 시암파라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처음엔 숙소를 캠핀스키의 투베드룸을 가려하였으나 예약이 불가했다. 오리엔탈 레지던스는 예약을 하려고 논의 중에 누군가 선점을 해버렸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콘래드 레지던스의 투베드룸이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런 선택이었다. 다만 콘래드도 지은 지가 제법된 탓에 룸의 구조가 다소 올드패션이라는 느낌만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지 친절하고 깨끗하고 편리했다. 특히 숙소와 연결된 리테일 코너에 TOP MARKET과 식당, 스타벅스를 비롯한 카페와 베이커리, 은행 등이 있어 일용품 구매와 환전에 편리했다. 손자를 재우고 난 뒤에 나눈 맥주 파티의 즐거움은 그런 덕택이었다.

수영장 놀이 이외에는 인근의 쇼핑몰을 들려 쇼핑도 하고 점심도 해결했다. 아무래도 어른들을 위한 시간이었지만 야외활동이 불가능한 손자를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다. 이유식과 분유를 데우고 먹이는 공간도 생각해야 했다. 기존의 엠포리움 EMPORIUM 건너 편 엠콰티어 EMQUATIER, 센트럴백화점과 연결된 센트럴엠버시 CENTRAL EMBASSY, 시암파라곤을 하루에 한 곳씩 들렸다.

엠콰티어의 7층에 나선형 통로를 따라 들어서 있는 식당가와 센트럴엠버시의 G층에 있는 EAT THAI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점심 식사를 한 곳은 엠콰티어의 NARA THAI , 센트럴 엠버시의 딘타이펑, 시암파라곤의 MK GOLD였다.

나는 여행기간 내내 손자녀석을 캥거루처럼 배 앞쪽에 품고 다녔다.
이상하게도 녀석이 다른 그 누구보다 나에게만 있으려 했다.
식구들은 아마 전생에 연인 사이였으리라고 낄낄거렸다.
딸아이 부부와 우리 부부 중 내가 가장 손자와 시간을 적게 보냈음에도 신기한 일이었다.
덕분에 프리해진 딸아이는 홀가분해하면서도 조금은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이 녀석아 난 너의 이모나 고모가 아니라 엄마다" 하면서.

저녁식사는 손자의 취침시간인지라 주로 숙소에서 해야 했다.
숙소 근처의 BAAN GLOM GIG이라는 곳에서 포장을 해다 먹었다.
TOP MARKET에서 사 온 태국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나만 바치는 손자녀석의 '효성' 덕분에 나를 제외한 가족은 저녁에 마사지를 받으러 갈 수도 있었다. 가족들의 판단에 따르면 이번 여행 중 경험한 마사지에 대한 평가는 BHAWA SPA > SPA1930 > ASIAN HERB 순이었다.

손자를 품고 다니는 시간은 행복했다. 내겐 이번 여행이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숙소에서도 쇼핑몰에서도 나는 내내 녀석을 안고 다녔다.
녀석의 작은 꼼지락거림, 끙끙거리는 소리, 앙증맞은 손과 발을 만질 때의 감촉은 마사지보다 좋았다. 스르르 잠드는 순간을 가만히 지켜보는 순간은 짜릿했다. 잠이 깰까 조심조심 아기침대에 누이는 순간도 그랬다. 잠든 녀석을 바라보는 시간은 그윽했다.

방콕에 가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근데 어쩐다.
백수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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