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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6 '첫' 여행(끝) - 돌아와서

by 장돌뱅이. 2016. 7. 15.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여행지마다 작은 기념품을 한두 개씩 산다.
그것은 여행지의 이름이나 사진이 들어간 마그넷이었다가
컵이었다가 아니면 또 다른 상징물이었다가 그때그때마다 다르다.

근래에 들어서는 컵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도시 여행이 잦아지면서 스타벅스 컵이 주가 되었다.
구매의 편리성에 예쁜 디자인 그리고 영악스럽게 해당 국가나 도시의 특징을
컵 표면에 새겨 넣은 스타벅스의 컵이 기념물로 나쁘진 않아 보였다.

아내는 부엌 한 쪽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에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물들을 늘어놓는다.
공간이 협소하여 일정기간마다 전시물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기념"은 '어떤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한다는 뜻이다.
여행을 기념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최초의 일주일 동안 창조한 것은 빛이 아니라 여행이었다"고 말한 이도 있다.
방콕에서 사온 잔에 커피를 타 마시면 우리의 생각과 말은 방콕 어딘가에 머무르게 된다.  
손아귀에 들어오는 컵의 감촉은 "그때 우리가 거기에 있었다"는 기억의 강도와 밀도를 키운다.

언젠가 아내의 습관을 잘못 이해한 누군가가 우리가 가지 않은 먼 곳을 여행하며
컵을 사다주겠다고 했다. 아내는 그 친절함의 뜻은 감사히 받았지만 거절을 했다.
아내는 컵이 아니라 '추억의 통로'를 모으는 것이다.
추억이 있어 구별되는 것은 장소만이 아니다. 

방콕은 여러 번 여행을 한 터라 이미 컵이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중에 만난 여행 동호회원인 슈렉님이 또 하나를 사주셨다.
묻지도 않고 사들고 공항으로 나온 것이다.
이미 있다고, 집이 작아 '한 곳 한 컵'이 원칙이라고 했더니 슈렉님이 말했다.
"태국과 방콕은 특별한 곳이니 두 개로 하세욧!"
'특별한 방콕'...... 맞는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한 가족을 이룬 딸아이와 함께 우리 세 가족이 가장 여러번 찾은 곳이지 않은가.
아내의 규칙에서 벗어난 두번 째 컵은 그런 '특별한 방콕'에 공항에서 기다리던 슈렉님의 모습이
더해진 '특별한 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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