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집은 양수리의 수종사나 인근의 운길산 등을 등반할 때면 빼놓지 않고 가던 식당이다.
장어구이와 민물매운탕을 내놓지만 아내와 나는 장어구이만 먹어봤다.
해외 주재를 떠난 이래, 그리고 귀국해서 일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직 가보지 않았다.
근 10년만인 모양이다.
예전엔 승용차를 운전하여 갔지만 이젠 차가 없으니 'BMW'방식을 조합하기로 했다.
여기서 BMW란 BICYCLE과 METRO, 그리고 WALK의 역자이다.
가을이 깊어 하늘이 높았다.
햇볕은 투명하고 바람은 잔잔했다.
강변을 걷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다리가 뻐근할 때까지 강변을 걷다가 버스를 탔다.
전철로 바꾸어 타고 내려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배차 간격이 커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서둘 건 없었다. 감나무집은 목표가 아니라 반환점의 의미일 뿐이었다.
시집은 부피가 작아 걷는 여행에 지니고 다니기가 편리하다.
이동에 심심해지면 꺼내어 욕심 부리지 않고 한두편의 시를 반복하여 읽곤한다.
차안에서 손택수의 시를 읽었다.
재미난 구절이 있어 아내에게 보여줬다.
애인이었던 여자를 아내로 삼고부터
아무래도 내 생은 좀 심심해진 것 같다
아내는 "칫!"하는 소리를 내더니
내용을 역전 시켜 버렸다.
"애인이었던 남자를 남편으로 삼고부터
확실히 내 생도 좀 심심해진 것 같다"
시의 다음 구절은 좀 진지했다.
꿈을 업으로 삼게 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
'꿈을 업으로 삼게 된' 사람에게도 비애가 있을까?
시인은 왜 그런 사람이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고 했을까?
자신을 여행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히 곱씹어보는 싯구절에서 스며나오는 육즙이 고소했다.
버스를 내려서 감나무집에 이르는 마지막 부분은 다시 걸어야 했다.
버스가 있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더군다나 주말엔 차가 밀려 배차시간이 무의미하다고 마을사람이 알려주었다.
드디어 감나무 집에 도착했다.
아내의 표현을 비자면 'KTX로 부산 가는 시간을 쓰고서야'.
배가 고팠다. 장어구이에 시원한 막걸리를 곁들였다.
그리고 다시 '부산 가는 시간'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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