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들과 매년 하는 송년 산행.
올해는 서울에 모여 북한산을 올랐다.
토요일 오후의 산행인지라 우이동 도선사입구까지 차로 이동하고,
깔딱고개 - 백운산장을 경유하여 정상인 백운대로 오르는 최단 경로를 잡았다.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인수봉의 거대한 모습이 눈에 잡히기 시작했다.
낙옆이 떨어진 숲은 늦가을을 지나 벌써 겨울의 정취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백운대에 오른 것은 근 10년만이다.
바윗길을 오르다 남쪽을 바라보니 첩첩이 겹쳐진 산능선이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아스라히 굽이쳐 흘러가고 있었다. 서울의 진산다운 깊은 맛의 풍경이었다.
대전에서 온 백운대 초행의 친구는 가뿐 숨과 탄성을 반복하여 뿜어냈다.
뜻밖에 중국인들이 많았다.
예전엔 볼 수 없던 광경이지만 요즈음 세태에 비추어 이해는 가는 일이었다.
10년 전쯤 백운대를 오를 땐 인수봉을 오르려는 몇몇 일본인들을
간간히 만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산은 용암문을 통하여 도선사쪽으로 내려왔다.
대략 3시간 정도의 산행이었다.
우이동계곡의 민박집에서 하룻밤 보냈다.
술을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고.
저마다 지난 일년간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자식 이야기에 더하여
당연히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도 주된 화제가 되었다.
이튿날 아침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둔 우이령(소귀고개)길을 걸었다.
우이령은 도봉산과 북한산 사이의 고개로 우이동과 양주군 교현리를 잇는 길이다.
길을 넓고 평탄하여 걷기가 수월했다.
길옆에 진달래와 개나리가 생기를 잃은 채 피어 있었다.
계절을 착각한 꽃잎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다 곧 닥쳐올 찬바람을 생각했다.
오봉전망대에서 발길을 돌렸다.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 친구들의 기차시간을 감안한 것이다.
우이동으로 나와 커피를 마시며 일박이일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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