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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6 '첫' 여행2 - 방콕

by 장돌뱅이. 2016. 6. 29.

태국에선 한국과 두 시간의 시차가 여행 초기 아침을 여유롭게 만든다.. 

쏘이 랑수안(SOI LANGSUAN)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 천천히 룸피니 공원을 걸었다.
'모든 숲은 옳다'는 게 진리라면 숲을 보존하거나 가꾼 인공의 공원은 최고의 지혜가 되겠다.
룸피니 공원에는 초록의 잔디와 열대 나무, 호수 그리고 사람들이 걷거나 뛰어 다니는  작은 도로가 있다.
잔디와 도로를 번갈아 걸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숙소에서 룸피니공원으로 아침 산책을 오가며 문득 랑수안 거리의 변모를 깨닫는다.
근 십년만의 방문. 강산이 변하는 세월의 간격을 두고 찾았으니 변화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예전에 다니던 카페와 식당들이 사라지고 높은 빌딩들이 가파르게 솟아 있다.
새롭게 건설 중인 곳도 여러 곳이다.

랑수안도, 우리나라의 서촌이나 홍대, 경리단길처럼,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불리는, 
큰 자본에 의해 원주민(개발자)들이 밀려나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일까?
나 역시 그런 고층빌딩 속에 숙소를 정했지만 고층 빌딩의 숙소로 획일화 되는 거리는 매력이 반감된다.
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 '핸드백 치기'의 경고문도 혹시 그런 변화에 따르는 그림자가 되는 것인지? 



 


*위 사진 : 쏘이 랑수안


호텔뮤즈는 쏘이 랑수안에 있는 아코르 호텔  그룹에서 운영하는 부띠끄 호텔이다.
태국이 유럽과 교류를 시작하던 19세기의 스타일을 컨셉으로 했다고 한다.
아내와 내겐 어둡고 답답해 보이는 로비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숙소였다.
무엇보다 수영장을 중시하는 아내와 나로서는 작지만 깔끔한 수영장이 좋았다.





태국이 처음인 유럽에서 온 친구 가족에게 하루 네 끼를 먹는 것은 태국 단기 여행자의 '의무'라고 말해주었다.
(작년 태국이 처음인 고교동창 부부를 안내할 때도 나는 동일한 말을 했다.)
그것은 태국 음식의 맛에 바치는 최소한도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일행은 매일 저녁 불어나는 체중 걱정을 하면서도 하루 네 끼를 반복했다.
미련하달 수도 있는 폭식. 그러나 어쩌랴.
그런 미련함도 어쩌면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권 중의 하나인 것을.












야쿤 카야 토스트를 랑수안 입구의 머큐리빌 상가에서 만났다.
원래는 에프터눈티를 하러 나선 참이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발이 묶이는 바람에 들리게 되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지 않던가.

야쿤 카야 토스트는 싱가폴에 태어났다. 
예전 아내와 싱가폴을 갔을 때  야쿤 카야 토스트를 소개하던 한 택시 운전사는
야쿤 카야 토스트는 반드시 커피오(coffee O) 와 함께 먹어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를 했다.
비스켓처럼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가 단맛이 강하므로 블랙커피인 커피오로 상쇄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친구 가족에게 야쿤 카야 토스트를 소개하면서 나도 택시 운전사 흉내를 했다.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만들어 들어보이며,
"야쿤 토스트는 '커피 오'와 함께!"



쇼핑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
(솔직히 내겐 가장 비효율적이고 힘든 시간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방콕에 대형쇼핑몰이 급증했다.
예전부터 있던 엠포리움이나 시암파라곤, 센탄, 터미널21 외에
센트럴 백화점 옆의 센트럴 엠버시나 엠포리움 맞은 편의 엠콰티어 등이 새로 문을 열었다.
시암디스커버리도 대대적인 수리작업을 끝내고 가장 최근에 문을 열었다.

쇼핑몰에선 대개 경호원이나 짐꾼의 역활밖에 다른 할 일이 없는 친구와 나는
각자의 아내를 뒤따라 가며 '대강 철저히' 몇 곳을 돌아보았다.






내가 방콕에서 쇼핑 중인 아내에게 "마음대로 골라." 혹은 "고르는 대로 다 사!" 하고
호기를 부릴 수 있는 곳이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나라야" 매장이고 다른 한 곳은 "아시아티크" 야시장이다.
대형쇼핑몰에서는 물건을 고르는(구경하는) 아내를 두고는
먼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거나 몸을 꼬게 되지만,
곳에서는 나도 아내의 쇼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 두 곳은 내 주머니의 깊이를 헤아려(?)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방콕을 떠나기 전날 밤 가방을 꾸리며 아내는 그동안의 쇼핑 '노획물'을 감상했다.
사실 시간 투자에 비해 '노획'의 성적이 그리 많은 건 아니다.
내가 쇼핑은 여행중 효율성 면에서 가장 떨어진다고 말하는 이유라고 빈정거리면
아내는 장돌뱅이의 경제 능력 때문에 생긴 불가피한 비효율일 뿐이라고 받는다.

이번에는 예전에 없던 선물군이 생겼다.
바로 얼마 전 태어난 손자 녀석의 옷가지이다.
아내는 그것들을 가방 속에 넣기 전 침대 위에 늘어놓고 좋아했다.
신기한 건 손자 선물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자꾸 눈이 간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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