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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16 말레이시아 KL과 베트남 HUE 8(끝)

by 장돌뱅이. 2016. 10. 21.

원래 '고도(古都)' 후에에서 3박4일의 계획은 오전에는 여행 명소를 돌아보고
오후에는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3일은 숙소와 숙소 주변을 맴돌며 보내고  
후에를 돌아보는 일은 일일 투어를 이용하여 하루에 몰아서 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무렵까지 후에의 대표적인 곳을 돌아본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긴 했지만 한정된 시간에 많은 곳을 들리다보니
조금은 빠듯하게 진행이 되었다. 투어를 진행하는 쪽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투어는 베트남 여행자에게 가장 잘 알려진 신투어리스트 THE SINH TOURIST의
"HUE CITY TOUR BOAT AND BUS"를 이용했다.
아침 7시 정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투어는 버스와 배를 이용하며 점심까지 제공되었다.
입장료는 별도였다. 그래도 투어 가격은 미화 13불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여행 비용의 경쟁력' 이라는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하 일일투어로 들린 몇 곳의 사진이다.
베트남 역사에 지식이 있다면 좀더 유익한 시간이 되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보니 방문지에 대한 깊은 느낌과 이해는 가질 수 없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후에의 이국적인 풍물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여행 안내서의 단편적인 정보를 보면 후에는 베트남을 최초로 통일했으나
최후의 봉건 왕조가 된 응우옌 NGUYEN 왕조(1802 - 1945)의 수도였다고 한다.
19세기는 이른바 서세동점의 시기였다. 응우옌왕조는 프랑스의 도움으로
시작되었기에 내내 프랑스와의 애증의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카톨릭 탄압과 이를 빌미로 가중되는 프랑스의 압박은 구한말 우리의 역사와 비슷해 보인다.
'공짜는 없다.' -  어디서나 통용되는 뼈저린 역사의 교훈이다.


1. 민망 MINH MANG 황제릉   

 

 

 


서울 근교에 있는 우리나라 조선왕들의 무덤에 비하면
응우옌 왕조의 무덤엔 인공의 건축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어떤 곳은 무덤이라기 보다는 궁궐에 가까울 정도였다.

민망 황제는 응우옌왕조의 2대 황제라고 한다.
중국의 영향권 하에 있으면서 황제라 칭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중국 '천자'만의 색이라는, 
황금빛 지붕의 옛 건축물과 함께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2. 카이딘 KHAI DINH 황제릉

 

 

 

카이딘황제는 왕조 말기(재위기간 1916 - 1925)에 프랑스에 의해 추대된 황제라고 한다.
베트남인이라기보다는, 요즈음 표현으로 하자면, '뼈속까지 프랑스인'이었던 그는 
프랑스 통치로  독립운동가를 탄압하여 호치민으로부터 '대나무 용'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무덤의 건축물들은 특이하게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만들어 검은색이 주종이었다.
그러나 내부는 온통 황금빛으로 눈이 부셨다.
정교한 조각과 형형색색의 다양한 장식물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그 가운데 그의 사진과 동상과 시신이 있었다.

처절한 전쟁을 치르고도 베트남엔 중국에서처럼 문화혁명의 광풍이 없었나 보다.
이렇게 사치스런 황제의 능이 온전히 남아 있는 걸 보면.


3. 뜨득 TU DUC 황제릉

 

 

 

 


뜨득황제릉은 무덤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공원이나 정원의 느낌이 드는 곳이다.
3만6천평의 부지에 50여 개의 구조물이 있다고 한다.
인공호수도 있다. 호수옆에는 두 개의 정자가 있다.
마치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신을 벗고 안에 들어갈 수도 있어 좋았다.



4. 낀탄 (혹은 CITADEL)













 

낀탄(京城)이라는 베트남말보다 '씨타델'이라는 영어가 더 통용되는 것 같다.
씨타델은 응우옌왕조 초기에 지어진 도시이다.
높이 7미터의 성벽이 10KM의 길이로 성을 감싸고 있다.
폭이 넓은 해자를 건너서 거대한 오문과 태화전을 지나면서 가졌던 기대는
그러나 내부에 들어서면 횡한 풀밭(?)과 마주하면서 다소 실망으로 변할 수도 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전쟁 중에 미국의 폭격으로 많은 건물들이
사라져버린 탓이라고 했다.

궁궐뿐만 아니라 후에 일대를 도는 동안 가이드는 미국의 폭격과 고엽제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특별한 적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폭격과 폐허의 설명을
반복을 하는 건 그것을 빼곤 오늘의 후에의 모습이 잘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5. 티엔무 THIENMU 사원



 



티엔무사원은 흐엉 HUONG 강변에 위치한 단정한 느낌의 사원이다.
'티엔무(天姥)'는 '하늘의 여인'이라는 뜻이다.
응우옌왕조의 건국과 관련되어 있어 왕실에서 관리하던 사원이라고 한다.
사원 입구에 서면 우뚝하게 솟아 있는 8각의 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프억주옌탑으로 높이가 무려 21미터에 이른다.

 



사원의 한쪽에 특이하게 하늘색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수행하던 틱쾅둑(釋廣德)스님이 타던 자동차라고 한다.
틱쾅둑스님은 카톨릭 편향의 고딘디엠 남베트남 정권의 불교 탄압에 항의하여
1963년 6월11일 '사이공' 시내 미국대사관 부근의 교차로까지
차를 몰고가 분신(소신공양)으로 항의를 하였다.

당시 남베트남의 퍼스트 레이디는 이를 두고 "땡땡이 중의 바베큐 쇼"라고
비아냥거려
시민과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인간의 죽음을 희롱하는 이런 야만, 50여 년 전의 일만도 아니고
지금은 사라진 역사 속의 나라 남베트남의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고? 
   사회가 우리의 삶을 이용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죽음을 특별히 애도할 일도 없을 것이다
                 - 송경동의 시, 「고귀한 유산」 중에서 - 


6. DRAGON BOAT



일일 투어의 마지막은 테엔무 사원 앞 강변에 있는 드래곤보트를 반시간 정도 타는 일이었다.
드래곤보트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모터를 장착한 허름한 목선에
용모양으로 재단한 철판을 덧씌우고 거기에 페인트칠을 한 것이다.

가이드는 흐엉강은 영어로 PERFUME RIVER라고 부른다며
강기슭에 피는 꽃들이 내는 향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는 비릿한 물비린내와 보트의 낡은 모터에서 나오는
소음과 매연만을 가끔씩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아내와 뱃머리에 앉아 잔잔한 강물을 바라보는 일은 나쁘지 않았다.
해가 설핏해지면서 더위도 수그러들었고 얼굴에 부딪는 강바람이 싱그러운 데다가
여행의 막바지마다 느끼는 만족감과 아쉬움의 감정이 나른하게 온몸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베트남의 북에서 남으로 혹은 남에서 북으로 천천히 여행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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