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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가자 광화문으로!

by 장돌뱅이. 2016. 11. 27.


첫눈 오시는 날!

마를 믹서기에 갈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전을 부치기 위해서였다.
눈은 함박눈처럼 변했다 잦아들면서 비도 함께 내렸다.
이런 날엔 따끈하고 고소한 전을 먹는 게 어울리리라.

아이 집에서 아내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사위가 먼 나라로 출장을 가있는 동안 손자를 보러 가있었던 것이었다.
피곤이 얼굴에 가득 했다. 나는 이제까지 매주 나갔던 집회를 오늘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뜻밖에 자못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가야지! 날 궂다고 안 가고 피곤하다고 안 가면 그것들이 또 우릴 우습게 알거야."
겁 많고 온순하고 체력도 약한 아내를 저렇게 만드는 세상.
'부정한 시대는 가장 온순한 사람들을 가장 열렬한 투사로 만들어 낸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게 아직 야만이 가득하다.

서둘러 전을 먹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은 만원이었다. 대부분이 광화문으로 가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두꺼운 옷을 껴입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하철의 소음에 흔들리는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왔다.
광화문역은 집회로 초만원이어서 설 수 가 없다고 
집회에 가는 사람들은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려 걸어가란다.
잠시 탄성이 나왔지만 사람들은 불만없이 내렸다.
역 직원들이 광화문으로 가는 출구를 안내해 주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출구까지 나가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은 이미 광화문광장이었다.
어느 지하철 출구에서도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고
어디서나 사람들이 한 방향을 향해 걷고 있었다.

미대사관 옆길로 해서 광화문광장에 가까스로 들어섰다.
무대는 멀리 광화문 앞에 설치되어 있었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공연을 보러 나온 건 아니었다.
어둡고 축축한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아내와 나는
사람들과 함께 소리치며 노래를 불렀다.

세월호 노래는,
이제는 시대의 노래가 된 노래는,
언제 어디서 불러도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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