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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올 가을에 한 일

by 장돌뱅이. 2016. 12. 4.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매 주말을 '질긴 닭' 때문에 보냈다.
어제 저녁 집회에서 본 재미있는 글.
"연쇄담화범!"

낮에 대학 친구 두 명과 간만에 만나 점심을 먹고 시청에서 효자동까지 걸었다.
밤엔 다시 아내와 같은 길을 걸으며 주위 사람들과  '돌림 구호'를 외쳤다.

"내려와!"
"쫌!"
"내려와!"
"쫌!"


외국인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는 자격을 위해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직장생활 32년 동안 3분의 1을 해외생활로 보냈고
출장 기간까지 합친다면 거의 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거기에 가족들과 틈 나는 대로 여행도 했으니 
내 삶은 가히 역마살 낀 장돌뱅이의 삶이라고 해도 되겠다.

시간을 무시히 마치기까지 얼굴 다르고 말도 다른 많은 외국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던 사람도 있었고 생면부지의 사람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우리 가족과 같이 생활 했던 가정부 까니와 운전수 우장과 꼬디르···
그리고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움불, 린낭, 와유, 나시르, 히다얏, 하리얀또···
태국에서 일로 자주 입씨름을 하다가 이젠 친구가 된 엄폰과 티티퐁···
일본인 히라노···
미국과 멕시코 에서 만난 윌리엄, 까를로스, 죠나단, 라파엘···

몇 해 전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외진 도로에서 빗길에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차가 360도 회전을 한 적이 있었다.
맞은 편에서 오는 버스와 간발의 차이로 대형 참사를 면하고 혼이 빠져 있을 때
우리 가족을 진정시키고 비를 흠뻑 맞으며 스페어 타이어를 갈아주던 젊은 청년들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주고 그들이 올 때까지 가던 길을 멈추고
한 시간 가까함께 기다려주던  어떤 가족 하며···

세상은 아무 한 일도 없는 내게 자주 기대 이상의 것을 베풀어 주었다. 
별다른 재주가 없으므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보고자 배웠지만
60년이나 사용한 한국어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만 깨닫고 낙담할 뿐이다.
좀 더 공부하고 가다듬어야 할 노릇이다.
해서 기회가 온다면 내가 받은 많은 후의에 작은 성의로나마 보답하고 싶다. 
 



8월 마지막 주에 시작한 서울 둘레길 걷기를 지난 주에 마쳤다.

총 157km.
열 번에 걸쳐 36시간이 걸렸다.
그 중 아내와 함께 한 구간은 3분의 1정도이다. 친구들과 걸은 구간도 있다. 
대개 걸었지만 일부 구간은 혼자서 달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구간은 4코스인 대모·우면산 구간이었다.
단풍이 아름다울 것 같아 아내와 시기를 맞춰 다시 걸을 생각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가장 평이한 구간은 6코스 안양천변길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산길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산이 있음에 고마워하고
   내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어버이께 눈물겨워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일이야말로  나의 넉넉함
   내가 나에게 보태는 큰 믿음이었다
                                 - 이성부의 시 중에서 -               


↓이하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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