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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결혼32년을 지나며

by 장돌뱅이. 2016. 11. 7.






윤동주 시인은 가을 밤하늘에 가득 찬 별 하나하나마다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붙였습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鏡, 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

아름다운 말......

지난 일년 사이에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말은 손자일 것입니다.
손자 녀석의 환한 웃음과 해맑은 웃음소리, 작은 손가락, 발가락의 꼼지락거림,
앙증맞은 신발, 젖내 나는 옷..... 당신은 손자'저하(邸下)'로 부르며 웃습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돌아보는 우리의 시간도 그렇습니다.
신혼 시절 당신이 꼼꼼히 적던 깨알 같은 가계부.
월급날이 되어야 몇권 씩 사던 책.   
연탄불에 구워먹던 돼지갈비.
당신과 걷던 코스모스 핀 강변길.

고즈넉한 이국의 저녁 함께 올려다 보던 맑은 하늘.
나직하게 불러보던 옛 노래.

32년이 되었습니다.
제겐 당신과 손 잡고 은빛 자작나무 사잇길과
노란 은행나무 숲을 산책하는 짧은 여행이거나
신명나는 노래와 춤으로 가득한 뮤지컬과 같은 시간이어서
시인의 시에 가만히 덧붙여 보고 싶습니다.

당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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