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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6 태국 코사무이 여행기 3.

by 장돌뱅이. 2012. 4. 19.


*위 사진 : 센트럴 사무이 비치리조트의 여명.

둘째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 해변으로 나갔다. 기대했던 환상적인 일출은
아니었다. 그리고 모든 바닷가 여행에서 나의 아침 행사인 해변달리기를 했다.
숙소 앞에서 시작하여 멀리 북쪽의 반핫응암리조트의 식당 올리비오 OLIVIO을
돌아오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에 해변가에서 마치 지뢰탐지기같은 것을 들고 해변에서 작업을 하는
청년을 만났다. 무얼 하느냐고 묻자 청년은 말없이 빙그레 웃으며 주머니 속에서
머리핀이며 철사도막, 병두껑 등을 꺼내보였다.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해변에서
철제로 된 이물질을 제거하는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 주머니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물건을 꺼냈다. 흰 보석이 촘촘히 박힌
반지였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자 그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갔다. 보물찾기였다.

이런 일로 평균수입이 얼마나 되는가, 자주 이런 횡재를 하는가 등등이 조금
궁금해졌으나 그가 헤드폰을 끼고 작업에 열중해 있어 더 묻지 못했다. 다만 이런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까지 불사하는 것을 보면 보물찾기의 수익이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잠시 그의 곁에 서서 지켜보았지만 또 다른 반지는 나오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수영장가에 자리를 잡았다.
수영장 너머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흰 구름처럼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한가함. 느긋함. 달콤한 무료함.
모래알같이 건조한 일상 속에 우리가 만들어낸 여행이란 틈새가 반짝이는
보석이 되는 순간이다.

제 몸보다 커다란 먹이를 삼키고 나면 뱀은 한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생리 구조도 한 끼의 배부른 식사로 일주일이나 한 달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면 삶은 무척 따분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조물주는 인간의 위를 단 한 개로, 그것도 겨우 주먹만하게 만들어 주었다.
야자수나무 꼭대기에 걸려있던 해가 옆으로 기울어지자 배가 고파왔다.
자주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은 특히 여행 중엔 축복이며 특권이 된다.
우리는 수영장의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위 사진 : 식당 올리비오와 주변 풍경.

택시를 타고 아침달리기의 반환점이었던 식당 올리비오 OLIVIO 로 갔다.
식당에서 바라본 바다 전망이 시원했다. 아침과는 달리 해변에서 멀리 물러난 바다는
더욱 넓어 보였다. 햇빛은 강렬했지만 바람이 알맞게 불어와 한낮임에도 식당의
분위기는 쾌적했다. 우리는 바다를 보고 앉았다. 수평선에서부터 먹구름이 번져오고
있었다. 식당 직원의 서비스도 음식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밤이면 조명과 식당 앞에까지 밀려온 썰물이 어우러져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로
바뀐다고 한다. 짧은 여정에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위 사진 : 반핫응암 비치리조트의 옛 이름이 '차웽 페닌슐라 리조트'였던 모양이다.
               올리비오에서는 아직 그 이름이 새겨진 그릇을 쓰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타이 응암 맛사지 THAI NGAM MASSAGE 에 갔다.
이번 여행 중 내가 큰 고마움을 표해야 할 곳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았다.

어깨와 목 부위의 통증이 심해 그것이 두통까지 유발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의와 양의를 오가며 침과 부황에 MRI까지 찍고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여행에 대한 주위의 우려도 있었다. 나의 밀어붙이기로 떠나온 여행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아픈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맛사지 받은 후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물론 그 효과라는 것이 이제까지 한국에서 받아온 치료의 결과가 뒤늦게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그런 일이 없이 단순히 맛사지만 받았다고 해도 타이응암맛사지는 남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었다. 작고 소박한 장소였지만 청결했고 직원들은 명랑했고
정감이 있었다. 맛사지를 받는 동안 손님으로서 존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뒷날 포시즌즈 스파에 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다시 이곳으로 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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