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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6 태국 코사무이 여행기 4.

by 장돌뱅이. 2012. 4. 19.

차로 해안도로를 따라 사무이섬을 돌아보는 것은 애초부터 넣어둔 일정이었다.
이를 위해 사무이 도착 후부터 택시를 탈 때마다 차의 청결함과 운전수의 태도를
눈여겨 봐두었다. 마음에 들면 사무이 일주를 예약할 참이었다. 특별히 차이가 나지
않으면 그냥 아무 차나 잡고 흥정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점심을 위해 식당 올리비오로
갈 때 탔던 택시는 특별했다. 차의 내외부가 깨끗했고 운전수 “왓”도 준수한 용모를
지녔고 차분했다. 약간의 영어도 가능했다. 나는 나중에 타이응암맛사지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맛사지를 하고 나오자 식당에서 보았던 먹구름은 벌써 섬 전체를 어둑하게 만들고
한바탕 비를 뿌린 후였다. 기대했던 대로 "왓"은 정확한 시간에 와주었고 우리는
섬 일주를 시작했다. 사무이섬의 일주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전망대나 익살스러워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를 포함한 몇 곳의 기착지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빼놓지 말고 보아야 할 ‘MUST’는 아니라는 점에서 특별한 기대나 긴장이
필요 없는 느긋한 여정이었다.


*위 사진 : 전망대에서 본 차웽비치.

첫 번째로 차를 세웠던 들렸던 전망대에서의 전망은 하늘에 남아 있는 먹구름때문에
장쾌한 바다 풍경을 보여주지 못했다.


*위 사진 : 할아버지 바위와 할머니 바위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에서는 누구나 즐겁다.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 곁을 서성이는 사람도 모두 입가에 슬며시 웃음을 물고 있었다.
남녀 성기 모양의 바위 - 좋게 표현하자면 자연이 만들어낸 해학쯤 된다.
우리나라에는 사람들이 만들어 세운 남근석이 많이 있다. 나는 한동안 장승과 남근석의
사진을 찍으러 다닌 적이 있다.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 들은 이야기.
남근석은 이름난 문화유적이 아니다보니 지도에 잘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주소만 들고 찾아가 정확한 지점은 마을사람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때 질문을 받은 사람이 위치를 알고 있으면 다행인데, “남근석이 뭐대?” 하며 되묻는
경우는 묻는 사람이 ‘대략난감’해진다. 어떤 이는 시골할머니에게 어쩔 수 없이
남근석을 풀어서 설명하는 고지식함을 보였다가 미*친* 놈이나 변태 취급을 받기도
했단다.   

*위 사진 : 나톤 선착장과 먹거리 야시장.

사무이 서쪽의 나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선착장에는 큰 배가 정박해 있었고 그 입구에는 커다란 먹거리 야시장이 들어서
휘황한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그곳에서 망고밥을 샀다. 하나에 40밧. 한국돈 1000원 정도이다.
운전수 왓을 위해 하나를 더 사서 나누어 먹었다. 찰밥에 코코넛 밀크를 뿌려 망고와
함께 먹으니 배가 불러왔다. 아내는 너무 달다고 했지만 단맛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이었다.


*위 사진 : 나중에 방콕의 호텔에서 후식으로 주문한 망고밥. 맛은 나톤과 같았으나
              가격은  4배였다.

망고밥 덕분에 예정했던 살라사무이에서의 저녁식사는 생략을 해야 했다.
대신에 맥주를 마시며 그곳의 분위기를 맛보았다. 원래 묵으려고 했던 곳이어서인지
살라사무이의 밤풍경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내는 다시 사무이에 와야 할 이유로까지 꼽았다.

*위 사진 : 살라사무이의 야경

여기저기 탁자마다 불을 밝힌 채 어디선가 먼길을 온 사람들이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마다 갖가지 사연의 삶을 등에 지고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만은
행복해 보였다. 우리도 이내 그 동화 같은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한 병만 생각했던 맥주는 세 병을 넘어섰지만 몸은 등을 기댄 의자 속으로
자꾸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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