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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5 2월 푸껫 여행기.

by 장돌뱅이. 2005. 3. 28.

트윈팜스 푸껫의 하루 혹은 삼일.


문화유적지는 오래된 곳이 좋다면
여행지의 숙소는 새 것일수록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주장에 따른다면, 트윈팜스TWINPALMS는 작년 말 새로 문을 연 숙소이니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분명 ‘쯔나미’ TSUNAMI 이후의 각종 저렴한 가격의 프로모션 공세가
짧은 설날 연휴동안의 여행지를
발리에서 푸껫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된 하나의 이유였지만
트윈팜스는 ‘쯔나미’의 ‘신세(?)’를 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푸껫으로 가는 한 내가 선택했을 숙소였을 것이다.

푸껫에 간다면 예전에 묵었던 방타오나 빠똥, 까론이나 까따 대신에
수린비치나 푸껫 남쪽 해지는 언덕 근처의 숙소를 잡아야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오던 터였다.  

오리엔트타이의 항공편을 확정하고 나서 숙소에 대한 정보를 고르던 중
오래지 않아 이번 여행의 숙소를 수린비치의 트윈팜스로 결정하게 되었다.
사진과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난 직후였다.
트윈팜스의 사진과 글은 아내와 나를 매료 시켰다.
행운이라면 그런 만남 자체가 행운이었다.

그 이후에 내가 누릴 수 있었던 가격에 대한 우연한 행운은,
그것이 무뢰배 같은 ‘쯔나미’의 무지막지한 ‘폭력과 행패’를
등에 업고 있었다는데서 좀 쑥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트윈팜스에 머무는 내내 아내와 내가 느꼈던
직원들의 상냥함과 숙소 안팎의 쾌적함은
우리의 여행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해주었기에
우리는 푸껫과 트윈팜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행복하다.”

애초부터 트윈팜스 이외에는 아무 것도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이었다.
동선(動線)을  방과 숙소내의 수영장으로만 한정 시킨 아주 게으르고
한적한 여행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혹 그리움도 질량이 있어 자꾸 쌓이면
어느 순간 원하는 곳과 이어지는
튼튼한 길로 바뀔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트윈팜스의 하루를 사진으로 모아 본다.
그대로 이번 여행기간인 삼박사일간의 기록도 되겠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고 하던가.
트윈팜스의 로고는 숙소의 이미지만큼 산뜻하여 아내와 나의 마음에 들었다.
아내와 내가 묵었던 08호실 열쇠 두개.
지상 최대의 ‘게으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증서이기도 했다.

숙소의 하늘 위로 새 날이 밝아오고 있다.
아내와 나에게는 어제와 같을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의 동이 터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숙소 앞 해변으로 나갔다.
명상을 하듯 바다를 바라보며 깔끔한 해변을 걷다보면 마음이 잔잔히 가라앉았다.



가벼운 아침 식사와 도서실에서의 잠깐의 휴식.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챙겨 수영장으로 나설 때면 늘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그 다음부터 한 일은 특별한 말도 필요 없이 누워 지내는 것이었다.

햇볕이 따가운 한 낮, 호텔 내 스파에서 맛사지를 받고

다시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저녁에는 해지는 노을을 따라 해변으로 나갔다.

그리고 친근한 사람들과 식사와 즐거운 기억을 나누었다.
수평선 너머로 손톱 같은 달이 지더니 별들이 돋아났고
우리의 큰 웃음소리를 바닷바람이 가만히 실어갔다.

어두운 밤.
조용했다.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평온했다.
다부진 결심이 필요 없는 곳이기에 그곳은 천국이었다.
잠깐의 환상일 뿐이라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으랴.
긴 여운이 아직도 온몸 곳곳에 향기처럼 스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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