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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세월호 인양되다

by 장돌뱅이. 2017. 3. 31.



세월호가 침몰한지 만 3년 만에 수면 위로 첫 모습을 드러내던 며칠 전
아침,

딸아이와 텔레비젼을 보았다.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수면 가까이로 희끄므레하게
드러나는 세월호를 보며 딸아이는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기다렸던 순간이면서도 비애가 느껴지는,
무언가 가슴 한쪽에 큰 북소리가 나는, 아니 무너져내리는, 얼마만큼의 죄책감도 드는......
60년을 살면서도 느껴보지 못 했던 복잡하고 낯선 감정이 세월호와 함께 솟아나고 있었다.

그렇게 목적지였던 제주도로 가지 못한 세월호는 항로를 바꿔 
처참한 몸체를 다른 배 위에 누인 모습으로 오늘 목포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또 얼마 만큼의 진실과
얼마 만큼의 거짓과 마주해야 하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너져 내린 세월호와 얼마나 다른가. 
무섭다.
흔적없는 바다처럼.



오늘 새벽 아직 유럽 여행의 시차를 극복하지 못한 아내가 잠을 깨웠다.
"영장이 발부 되었대."
나는 졸린 눈을 뜨고 잠시 텔레비젼 화면을 보았다.
'그렇게 되었구나!'

다시 잠이 들기 전 어제 아침 영장실질심사를 받으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그녀에게 던지려 했다는 기자의 질문이 떠올랐다.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
물론 그녀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고 지나쳤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제 작고 고적한 방에 갇힌 그녀의 머릿 속에 잠시라도
세월호가, 아니 돌아올 수 없는 수백의 어린 영혼이 '인양'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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