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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행복한 영화보기 17 - "태풍"

by 장돌뱅이. 2006. 1. 9.


영화 “태풍”은 내게 소문에 비해 위력이 없는 단발의 열대성 저기압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또 다시 복수의 화신으로 나온 탈북자 장동건과
그의 누이 이미연, 그리고 엘리트 대한민국 해군 장교 이정재 등의 거물급 출연진과
그들이 3개국을 넘나들며 벌이는 장쾌한 스케일의 액션과 화려한 화면으로
A급 태풍의 조건을 갖춘 듯 했으나 음식에 몇 스푼의 소금이 빠진 듯
무엇인가 결정적인 2%가 부족하면서 감동과 재미의 소용돌이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최소한 오락 영화로서 시작과 종결에 이르는 과정이
왠지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억지스러움이 느껴졌다.

진짜 웃기는 코미디언은 절대 웃지 않고 끝까지 진지하다고 했던가?
탈북자의 응어리진 복수심과 다소 과장된 복수의 실행은 억지로라도 이해가 되었으나
(비록 국군인 이정재와 벌인 최후의 격투에서 느닷없는 자해와 화해 무드로의
황당한 전환조차 이해한다고 쳐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작전에 일말의 주저나
고뇌도 없이 무조건 뛰어드는 대한민국 장교들의 ‘거룩한’ 나라사랑의 진지함은
내게 정말 훌륭한 코미디로 보였다.
급기야 불경스럽게도(?) 피식 실소를 날리고 말았던 것이다.
마치 7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국방부 홍보 영화 ‘배달의 기수’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명성에 비해 개인적으론 그다지 감동을 받지 못했던 “쉬리”나
“태극기 휘날리며” 보다도 조금 기우는 영화.
같은 감독의 (역시 내가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영화)
“친구”보다도 ‘폼’이 안나는 영화.
어떤 사람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구태여 안봐도 억울할 것 없는 영화.
(20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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