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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잘 먹고 잘 살자 47 - 서울·경기 식당 몇 곳

by 장돌뱅이. 2017. 12. 17.

1. 강남 고속터미널 베테랑 칼국수
전주의 베테랑 칼국수가 서울까지 올라왔다.
이제 흔한 일이다.
군산 이성당의 단팥빵이나 대구의 삼송빵집의 마약옥수수빵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맛있는 건 서울에 다 있다!' 고 하는가 보다.

그곳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여행이 주는 환상이고 매력이기도 했는데···' 하는 아쉬움은 잠깐
칼국수가 나오자 서둘러 젓가락을 들었다. 




2. 소호정
소호정은 '호걸들의 웃음이 흐르는 집'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이곳 역시 분점만 수십 곳에 달해 서울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좋아해서 힘을 받은 곳이다.
그보다 앞서 알려져서 김영삼대통령이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압구정에서 1985년에 시작했다는데 지금 본점은 양재동에 있다.

아내와 내가 간 곳은 하남의 스타필드점이다.
사골육수에  파와 채썬 호박과 고기를 고명으로 얹어 나왔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끔한 맛. 
하지만 더 저렴한 가격에 이 이상의 맛을 내는 칼국수집은 서울에 많다고 생각한다.




3. 종로돈부리
누군가 홍대 본점보다 더 맛나고 유명한 지점이라고 했다.

작고 아담한 식당.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맛.

아내와 이곳에서 가츠동을 먹으며 샌디에고에서 지낼 때 가끔씩 들르던 일본 식당 사꾸라 SAKURA를 떠올렸다.
특이하게 간판이 없어 그곳이 식당인지 초행자는 알기가 쉽지 않았던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우리의 단골 메뉴는 가츠동이었다.
추억은 음식에 들어가는 양념 중에 한 가지다.
아내는 그곳과 세부적인 비교를 하다가 무승부의 판정을 내렸다.





4.태조감자국.
감자탕이 아니고 감자국이다.
'팅'과 '국'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국 : 고기, 생선, 채소 따위를 물을 많이 붓고 간을 맞추어 끓인 음식
-탕(湯) : 국의 높임

결국 같은 말이라는 이야기지만 탕이 국의 높임말이라는 데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생선매운탕을 생선매운국이라 하면 어색하고 김칫국을 김칫탕이라고는 하지 않으므로.

아무렇거나 태조감자국의 감자탕은 60년 전통에 어울린다.
처음엔 육수가 싱겁게 느껴졌으나 직원이 끓으면서 진한 맛이 나온다고 했다.
깻잎과 들깨의 향긋함.
찌든내가 나지 않는 뼈와 고기.
낮부터 소주를 불렀다.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오면 시장 입구에 바로 있다.


5. 효자동 목고기
효자동 목고기는 효자동에 있지 않다.
원래 효자동에서 시작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이라고 사장님이  알려주었다.
아내와 내가 간 곳은 강남 삼성동, 강남구보건소 인근이었다.
강북에도 같은 이름의 식당이 몇 곳이 더 있다고 한다. 

두툼한 목살.
사장님과 직원이 번갈아가며 구워주신다.
돼지고기가 낼 수 있는 최상의 맛.
역시 소주를 불렀다.



6. 봉피양
"꽁꽁 얼은 김칫독을 뜷고 살얼음이 뜬 김장 김칫국에다 한 저(箸) 두 저 풀어먹고
우르르 떨려서 온돌방 아랫목으로 가는 맛"으로 먹는다는 평양냉면(월간지 별건곤別乾坤 1929년).

집에서 비빔냉면은 가끔씩 만들어 먹지만 물냉면을 만들어 먹기란 쉽지 않다.
메밀과 전분을 사용하여 면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시중에서 구매하여 쓴다고 하여도 육수의 문제가 남는다.
고기 육수를 내는 일도 번거롭지만 그 슴슴한 맛을 만들어내기란 왠만한 조리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경기 일대에 평양냉면으로 이름난 식당들이 많다.
필동면옥, 을지면옥, 평양면옥, 남포면옥, 강서면옥, 우래옥, 을밀대 등등.
봉피양도 그중의 한 곳이다.

같은 평양냉면으로 분류되지만 식당마다 면에 들어가는 메밀과 전분의 양도 다르고,
고기육수와 동치미국물을 넣는 비율도 다르며, 고명의 재료도 각각 다르다.

봉피양은 벽제갈비에 속한 새로운 브랜드이다.
딱 한번 가본 벽제갈비는 가격이 너무 높아서 나로서는 재접근이 불가했다.
그 때문인지 고기 가격을 낮추고 평양냉면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넣어 만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만만찮은 가격이다.
냉면 애호가로서 서울 시내 이름난 냉면집들의 근래 경쟁적으로 치솟는 가격은 불만이다..
그래도 사람들로 벅적이니 할 말은 없다.

아내와 내가 간 곳은 판교점이다.
함께 먹었던 돼지갈비의 맛은 논외로 치고 냉면의 맛은 한마디로 준수했다.
동치미 국물과 고기육수의 배합은 적절히 달큰하고 개운했다.
면 위에 예쁘게 올려진 백김치와 무김치, 편육과 달걀 등의 고명도 육수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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