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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과거를 묻지 마세요?

by 장돌뱅이. 2018. 1. 16.



이승만대통령은 해방 후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해 국회 결의로 설치된 반민특위(調會)를
견제하고 무력화 시키기 위해 골몰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감싸려는 의도에서였다.
그의 논리 중의 하나가 '오늘에 있어서는 공분도 다소 풀리고 형편도 많이 달라'진데다,
지난 날은 지난 날의 사정이 있고 또 지나간 일이니 미래를 위해 관대해지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주권을 회복하였다면 이완용, 송병준 등 반역 원괴(怨傀)를 다 처벌하고 공분을 씻어
민심을 안돈(安頓)케 하였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관계로 또 국제정세로 인하여 지금까지 실시를 연기하여
왔으나 국권을 찾고 건국하는
오늘에 있어서는 공분도 다소 풀리고 형편도 많이 달라졌고 또 부일협력자의
검거 심사 등 질이 심상한 법이 아닌 만큼 그 죄를 범하게 된 근본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을 냉정하게 참고하지
않고는 공정히 처리하기 어려움이 오늘의 현실
이다. (중략) 한가지 중대히 생각할 것은 우리가 건국 초장(初創)에
앉아서 앞으로 세울 사업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요 지난 날에 구애되어 앞날에 장해되는 것보다 과거의
결절(缺節)을 청려(淸麗)함으로써 국민의 정신을 쇄신하고 국가의 기강을 밝히기에 표준을 두어야 할 것이니
입법부에서는 사법부의 왕사(往事)에 대한 범죄자의 수량을 극히 감축하기에 힘쓸 것이오 또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에는 관대한 편이 가혹한 형벌보다 동족을 애호하는 도리가 될 것이다.
                                                                                -"1949년 1월10일 대통령 담화문" 중에서-

이승만을 지지하고 이승만이 감싸려고 했던 세력들은 극우단체들을 모아 시위를 주도하고
"국회에서 친일파를 엄단하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빨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특별법을 제안한 국회의원들에게 협박장을 보내기도 했다.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던가.
사람들은 역사를 돌이키는데, 세월이 지나도 자신의 '경험'에만 갖힌 미망의 무리들은 여전하다.
누적된 사회적 병페를 치우는 일을 '정치 보복'이거니 '한풀이 수사'라는 식으로 희석시키려는 털난 '폭탄주들'과
과거에 매여있지 말고 미래만 보고 가자는 편식의 '미래비만들' - 그들은 미진화한 암수 동체이다.
그리고 지난 역사 속 그들의 해묵은 '아바타들'이다.

적폐는 오랜 시간을 두고라도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개인이건 사회건 지난 일에 엄정해야 미래가 자유로워진다고 나는 믿는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 말도 있지 않던가.

수납장을 뒤지다 홍성담 화가의 목판화「낫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왜곡된 역사의 아픔과 그에 대한 민중의 분노를 형상화 한(것으로 내가 이해했던)
그 그림은 30여 년 전
한 후배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팔구십 년대를 지나면서 변색이 되고 표구틀이 느슨해진데다, 그림이 주는 느낌이 
발랄·기발한 시대 감성과도 맞지 않는 것
같아 오래 전에 벽에서 내려 갈무리 해 두었던 것이다.

우연히 마주 친 그림 속의 부릅뜬 눈과 역동적인 몸짓을 어제와 오늘의 '그들'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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