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최고의 선물은 역시 손자 친구와 보낸 시간이었다.
매주 한두 번씩은 만나서 어울리는 사이지만 '홈그라운드'에서 만남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친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이나 구조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사전 준비도 필요했다.
친구는 요사이 거침없이 말을 쏟아놓는 시기에 있다. 점점 발음도 정확해져 간다.
"할!"이라고 하던 나에 대한 호칭도 이제는 "하부지"로 바뀌었다.
먹는 "치즈"와 거실 바닥에 떨어진 작은 이물질 "찌찌"도 구분이 가게 말한다.
크다 작다의 의미를 알고 짧은 한두 개의 문장을 만들 줄 안다.
물론 그 문장의 해석은 대부분의 경우 아직 듣는 사람의 몫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친구가 잠이 깨기를 조바심치며 기다린 끝에
드디어 환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 친구를 힘을 주어 품으면
두 팔과 가슴으로, 온몸으로 참기름 같은 고소함이 진하게 전해오곤 했다.
"친구야! 우리 새해에도 즐겁게 놀자!"
연휴 끝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내와 뮤지컬을 보았다.
우리나라 사람 25명당 1명이 보았다는 "캣츠".
개인적인 감상평 - 이야기의 전개는 다소 평범·지루했지만 춤과 노래는 경쾌했다.
"캣츠" 삽입곡으로 유명한 "메모리"의 열창은 기억에 남는 공연의 절정이었다.
관람이 끝난 후 어둠이 내리는 광화문광장과 을지로 일대를 아내와 걸어 보았다.
날이 많이 풀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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