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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의문의 "빠짜이!"

by 장돌뱅이. 2018. 8. 5.

이제 겨우 두 돌을 지나 세 살로 향하는 손자 '친구'는 한번 말문이 트이자 
영화 슈렉의 동키처럼 끊임없이 말을 하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동키는 '친구'의 엄마인 딸아이의 학창 시절 별명이라 아내와 나는 모전자전으로 이해한다.)

차를 타고 갈 땐 창밖을 지난 모든 차량에 대한 관심을 쉬임없이 늘어놓는다.
"빨간 버스가 가네, 파란 버스가 가네. 초록 버스가 가네. 이층버스가 또 오면 좋겠네.
견인차 토토가 가네. 구급차 엘리스가 가네. 굴착기 포코가 가네. 기름차가 가
트럭믹서 두 대가 가네. 왜 경찰차 패트는 안 오지?  소방차 프랭크는 언제 오지? 등등 "
엘리베이터를 타는 중엔 오르내리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표한다.
"할머니가 타네." "아저씨가 타네.
그 사람이 중년의 아줌마일 경우나 청년일 경우엔 약간의 어색한 침묵의 분위기가 흐를 때도 있다. 

처음엔 한두 단어를 겨우 (그것도 축약형으로 할아버지를 '할'이라고 한다던가) 발음하는 수준이더니
지금은 나날이 발전하여 문장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을 정도가 되었다.
그 나이 또래의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가끔씩은 기발한 표현의 말을 던져 우리를 놀라게 한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낯선(서툰) 발음의 문장이나 단어를 말할 때가 많다.
그래 놓고 우리가 못 알아먹으면 답답하다는 듯 짜증도 낸다.
'친구'의 말을 가장 잘 이해하는 건 역시 '친구'의 엄마인 딸아이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 도저히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친구'의 말이 있다.
바로 "빠짜이"라는 말이다. '친구'는 이 단어를 말을 잘 못하던 시절부터 사용하였다.
내 기억으로는 어느 날 내가 운전하고 가는 차 안에서 "하부지 빠짜이!"를 외치는 것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뒤로는 할머니, 엄마, 아빠 뒤에도 빠짜이를 붙이더니 맛있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인형에도 사욯한다.
'통역사'인 엄마도 알지 못하는 단어이다.
아내와 내가 알고 있비슷한 단어로는 일본어 '반자이'(만세)나 인도네시아의 소형 교통 수단이었던 '바짜이'가 있으나
'친구'의 언어에 영향을 줄만큼 자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말이니 "빠짜이"의 근거가 되었을 리다.

다만 우리는 '친구'가 기분좋을 때나 혹은 흡족한 대상에게 이 말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나 대상이 있을 때 '친구'에게 "빠짜이"라고 외쳐 주곤 했다.
그럴 때면 '친구' 역시 기분이 더 고조되어 두 손을 치켜들며 같은 말로 댓거리를 해주었다.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친구는 기분이 좋았는지 "할아버지 할머니 빠짜이"를 한번 크게 외쳤다.
그리고 나서 제법 진진한 표정으로 하며 물었다.
"빠짜이가 무슨 뜻이지?"
"???"
'친구'에게 되치기를(?) 당한 우리는 눈을 마주치다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아 우리가 너한테 묻고 싶은 말이다."

빠짜이 - 정말 무슨 뜻일까? 
하긴 특별한 뜻이 없다고 하더라도 친구와 우리 사이에 기분 좋을 때 사용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말로 생각하고 있으면 크게 문제될 건 없겠지만.
  
(*생각해 보니 "빠짜이가 무슨 뜻이지?" 라는 문장은 '친구'가 빠자이를 외치고 나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던 대화이다.
아마 '친구'는 그 대화를 기억해두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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