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um은 설립자의 영문 성 'Lee'와 Museum의 'um'이 조합된 이름'이라고 한다.
진귀한 많은 예술품들을 세련된 공간에 모은 'Lee'의 막대한 재력.
단돈 만원에 소중한 작품들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우리는 원작자 혹은 'Lee', 누구에게 더 사의(謝意)를 표해야 할까?
이름 없는 도공과 가난한 화가의 작품들은 어떤 시간과 공간을 돌고돌아 이곳 '리움'에 등기된 것일까?
무엇보다 'Lee'가 그것들을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꿋꿋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 남아
귀중한 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김광규의 시, 「묘비명」-
리움에는 청자와 분청사기, 단원과 박수근의 그림이 소장·전시되어 있어 아내와 나는 낮은 목소리로 탄성을 질렀다.
겸재 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우리의 발길을 오래 잡았다. 그림 속 비 온 뒤에 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는 인왕산엔
호방한 기운이 가득했다.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용처럼 꿈틀거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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