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가 무리져 익어가는 곳을 알고 있다.
찔레 새순을 먹던 산길과
삘기가 지천에 갈린 들길과
장마 진 뒤에, 아침 햇살처럼, 은피라미떼가 거슬러 오르던 물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 뒷구리 가는 길, 할아버지 무덤가로 가는 길
한철이 아저씨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 되짚어 걸어간 길
웃말 지나 왜골 퉁정골 지나 당재 너머
순한 바람 되어 헉헉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웅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
수줍은 담배꽃 발갛게 달아오르는 길
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변두리. 경기도와 접경지역이다.
나는 오래 전에 그곳을 떠나왔고 오래 자리를 지키던 큰집은 조카들의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곳엔 지금 가깝거나 먼 어떤 친척도 살지 않는다.
어릴 적 친구들도 모두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있다.
마을 아랫쪽을 흐르던 실개천도 야트막한 산 계곡의 물도 말라버린 지 오래다.
논도 밭도 과수원도 당연히 사라져 버렸고 그 사이로 나있던 모든 길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였다.
놀이터였던 뒷 동산은 평지가 되었고 이젠 아파트가 빽빽하다.
추석이 다가와 귀향길 교통 소식이 텔레비젼에 나올 때마다
나도 고향을 생각해보고 소설 제목처럼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를 떠올리게 된다.
흘러간 세월 저 편이 '참 아득하다'.
이제 나의 귀향은 먼곳으로 가신 겨레붙이와 만날 수 없는 옛 친구들을 잠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불어난 가족, 딸아이네 - 무엇보다 손자 친구와 허리가 시큰하도록 신나게 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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