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북한 요리 교육을 받았다.
두부밥과 강냉이국수, 그리고 영채나물을 만들어 보는 세 시간짜리 간단한 강습이었다.
강사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10여 년 전 남으로 이주하여 온 분이었다.
1. 두부밥 만들기
A : 밥을 꼬실꼬실하게 지어 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을 넣어 비벼 준다.
B : 물기를 뺀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기름에 튀긴다(혹은 지진다).
C : 고추가루와 기름을 넣어 고추기름을 만들어 다진 양파 와 청양고추, 대파와 살짝 볶아준다.
D : "C"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E : 튀긴 두부를 반으로 갈라 "A"의 밥으로 채우고, "D"를 표면에 듬뿍 바른다.
2. 강냉이국수
김경빈강사는 옥수수국수라기 보다는 강냉이국수라고 해달라고 했다. 고향 함경도 무산에서는 그렇게 부른다며.
우리에게는 강냉이보다는 옥수수가 익숙한 말이다. 강냉이라고 하면 은근히 '없어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강냉이가 순우리말이다. 강냉이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양자강 이남을
일컫는 강남에서 들어왔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반면에 옥수수는 그 알갱이가 수수처럼 생겼지만 옥처럼 윤기가 난다고 하여
'옥 같은 수수'라 해서 붙여진 말이다. 마치 우리가 동무보다는 친구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그렇게 분단은 언어에서 느끼는 감성까지도 다르게 만든다.
아무튼 강냉이국수!
A : 시판 옥수수국수를 미지근한 물에 30분 정도 불린 후 끓는 물에 2분 정도 삶아 찬물에 행군다
B : 핏물을 제거한 돼지고기 목살과 대파 양파 청양고추를 넣어 육수를 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C : 고기는 편육으로 썬다
D : 고추기름에 채썬 배추와양파, 대파를 넣어 볶고 오이는 채썰어 국수에 올릴 고명을 만든다.
E : 그릇에 국수를 담고 "B" 육수를 넣고 "D"의 고명을 올린다.
3. 영채나물
영채는 우리에게는 낯선 채소이지만 함경도에서는 김치나 겉절이로도 담궈 먹는 흔한 채소라고 한다.
강사는 '그리운 고향의 맛'이라고 소개를 했다. 이날은 데쳐서 간단히 나물로 만들었다.
쌉싸름하면서도 특이한 향내가 감미롭게 입안을 채우는 맛난 음식이었다.
음식을 다 만들고 나서 참가자들과 강사가 어울려 시식을 했다.
남쪽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지만 음식의 맛은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두부밥은 자극적이었고 강냉이국수는 깔끔하고 구수했다.
영채나물은 뜻밖의 재료였고 새로운 맛이었다.
참가자들은 이 날 체험한 북한 음식이 기교를 부리지 않은 순박함과 투박함은 있지만
마치 어린 날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듯한 익숙하고 깊은 맛을 낸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사실 남과 북은 지난 시절 오랫동안 서로의 반쪽에게서 같은 점을 찾기 보다는 애써 다른 점을 찾아
그 의미를 평가절하 하는데 골몰해 온 측면이 있다. 남과 북에는 분명 같은 점도 다른 점도 있다.
또 음식에서 보듯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걸 인정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따뜻한 솜이불" 같은 통일을 위해서.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 이선관의 시,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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