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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발밤발밤44 - 선정릉의 단풍

by 장돌뱅이. 2018. 11. 15.

올 가을엔 단풍을 많이 보지 못했다.
설악산과 북한산 산행을 염두에 두었다가 취소한 뒤로는 집 주변의 가로수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오키나와 여행으로 단풍 절정의 시기에 며칠 서울을 떠나 있었고, 돌아와서는 미세먼지에 갇힌 데다가 
무엇보다 아내의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여서 특별한 일정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아내의 건강 검진을 마친 후 가까운 선정릉을 걸었다.
검진 결과가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어서 걸음이 가벼웠다.

선정릉의 단풍은 끝물이었다.
낙옆은 나무가지에 보다 길과 숲속에 더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단풍만으로 가을의 정취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아내와 걷는 시간에 스민 적요가 감미로웠다.

핸드폰으로 블로그를 뒤져보니 11년 만에 신정릉을 다시 칮은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오후에 눈이 쏟아져 집에 있는 아내를 불러내어 눈 쌓인 능 사이를 걸었다.

기억이 마치 가까운 날처럼 생생하여 아내와 나도 놀랐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새삼스레 빠른 세월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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