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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6 방콕의 하루1 - 아내 마중가기

by 장돌뱅이. 2012. 4. 20.

여행 시기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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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로 방콕에 먼저와 있던 나는 아내의 도착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아내의 도착시간이 오후 4시경이니 오전 중에 혼자서 다른 일정을 만들어도 되겠지만
새로 지은 공항 구경도 할 겸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했다. 교통편은 방콕의 신구공항을
드나들 때마다 이제껏 이용했던 택시나 에어포트리무진이 아닌 일반버스로 가보고 싶었다.
혼자이고 시간도 넉넉하니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하기 힘든 일을 시도해보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위 사진 : 공항까지 가는 가장 싼 교통수단 552번 버스.

스쿰윗의 엠포리움 건너편 버스정거장에서 552번 버스를 타면 공항으로 갈 수 있다고
숙소의 종업원이 알려주었다. 택시를 타고 가지 그러냐는 말을 곁들이면서.  
그러나 냉방장치가 없어 유리창을 열어놓은 낡은 버스들만 십여 대가 지나도록
기다리는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오고가는 차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목구멍이 조금
칼칼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552번이 다가왔다. 아마 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버스에 오르니 흰색 상의에 감색 바지를 입은 여차장이 다가와 요금을 걷었다.
신공항까지의 요금은 35바트였다. 돈을 건네자 작은 우표만한 차표 두 장을 주었다.
에어컨이 켜져 있는 실내는 쾌적했다. 우리나라의 시내버스 같은 분위기. 커다란 트렁크
같은 여행짐을 든 승객들이 이용하기에는 좀 불편함이 따를 것 같았다.


*위 사진 : 신공항의 버스터미널

버스는 스쿰윗을 따라 움직이며 여러 곳에 정차를 하였다. 거기에 상습적인 교통체증은
버스의 진행을 더디게 했다. 버스에 오른 지 30분이 지나서야 센트럴 방나 앞을
통과하였는데 평일의 러시아워 때는 더욱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방나를 지나면서
버스는 비로소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왼편으로
공항이 보이는가 싶더니 오래지 않아 버스는 공항터미널로 들어섰다.
엠포리움 정거장에서 출발하여 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위 사진 : 공항터미널내 먹거리 가게.

버스터미널은 아직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건물의 외관은 공사가 끝났으나 식당과 쇼핑점은 아직 준비 중이었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크고 작은 음식점들만 문을 연 상태였다.

고구마를 갈아 구운 꼬치와 음료수를 먹으며 터미널의자에 앉아서 오고가는 버스들과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터미널 상태가 아직 미완성이라 그런지 번잡스럽지는 않았다.


*위 사진 : 버스터미널에서 공항까지 운행되는 셔틀버스

버스터미널에서 공항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되었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직도 아내의 도착까지는 두 시간이 남아 천천히 공항을 둘러볼 수 있었다.
수와르나부미(SUVARNABHUMI, 현지인들은 수완나품으로 발음한다고 한다)


*위 사진 : 공항청사 1층에서 운행되는 공항버스. 방콕 주요 시내와 공항을 연결한다.


*위 사진 : 청사 1층의 미터 택시 타는 곳. 미터금액에 서비스챠지 50바트와 고속도로
                비용 65바트가 추가된다.

신 공항은 4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엔 요금 150밧으로 방콕과 공항을 연결하는 공항버스(AIRPORT EXPRESS)와
미터택시의 정거장이 있고, 2층은 도착홀이었다. 3층은 스타벅스 커피점을 비롯한 각종
식당과 제과점, 책방 등 있고 CHANG 맛사지샾이 있다. 4층은 출국장이다.
2층과 4층에는 짐을 맡길 수 있는 “LEFT BAGGAGE”가 있다.

방콕의 신공항은 이전에 비해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출국과 도착장은 들고나는 사람들로 혼잡스러웠다. 특히 도착장의 혼잡함은 돈무앙
시절보다 오히려 더 한 것 같았다. 그것은 공항 수용 능력의 한계라기보다는
‘관광태국’의 위력을 보여주는 한 상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위 사진 : 출국장의 모습.


*위 사진 : 입국장의 모습.

아내의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서울에 폭설이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방콕으로 돌아올 때는 900밧을 지불하고 AOT LIMOUSINE을 탔다.
혼자 타고 온 버스비의 30배에 달하는 값을 지불한 것을 두고 마치 그것이 그만큼
아내를 사랑하는 증거라도 되는 양 공치사(?)를 늘어놨더니 아내는 말 몇 마디로
간단하게 상황을 반전시켜버렸다.

“어쨌거나 당신은 나 때문에 900바트 짜리를 타는 것이니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지. 내 운세는 원래 좀 고급스럽거든.
당신 운세는 그러니까...”

아내는 늘 내가 상대하기에는 벅찬 고수이다.


*위 사진 : 엠포리움 스위츠 객실 내부.

아내와 나의 방콕여행에서 엠포리움 스위츠 EMPORIUM SUITS 는 위치만으로도 가장
적합한 숙소였다. 백화점과 BTS와 연결되어있다는 장점 외에도 아내가 좋아하는
맛사지집과 식당이 쏘이 24와 26에 집중되어 있는데다가 벤짜씨리라는 작은 공원이
코앞에 있어 아침 산책이나 달리기에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 : 베즐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

쉐라톤그랑의 식당 베즐 BASIL 에서 식사를 하고 아시안허브에서 허브볼 맛사지를
받은 후 숙소로 돌아와 커튼을 활짝 열고 소파에 기대 맥주를 마셨다.
밤이 깊을수록 무수한 불빛이 별처럼 깔린 창밖의 야경이 선명해져왔고 나지막이
틀어놓은 옛 노래가 감미로움의 밀도를 더해갔다. 이제부터 며칠 동안의 고민은 오직
어떻게 하면 하루에 네 끼를 먹을 수 있을까하는 ‘배부름’이고, 맛사지사의 손맛이
좋았으면 하는 ‘나른함’이 될 것이다.


*위 사진 : 엠포리움 객실에서 내다본 스쿰윗의 낮과 밤.

아내와 내가 또 다시 그런 방콕에 왔다!
비록 잠깐 동안이라 해도 그것은 행복으로 가는 필요충분조건이다.

(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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