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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6 방콕의 하루2 - 쇼핑대장정

by 장돌뱅이. 2012. 4. 20.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수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선선해서 영 수영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그래도’ 하는 생각에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의 온도에 몸이 적응되자 그런대로 수영을 즐길만 했다.


*위 사진 :엠포리움의 수영장. 7층 높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숲을 가꾸어 놓았다.

수영장에서 나와 엠포리움백화점 5층에 있는 파크푸드홀에서 점심을 먹고 여행 중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일 - 쇼핑센터 순례가 시작되었다.
엠포리움 - 짐톰슨아웃렛 - 씨암파라곤 - 씨암센터와 디스커버리를 잇는 ‘대장정’이었다.
사실 여행 중에 아내의 생일이 있어 작은 악세사리라도 선물로 사주고 싶은 마음에 제안은
내가 먼저 했다. 아내는 몇몇 곳을 돌아보며 살 것을 정해놓은 후 구입은 귀국 직전에
하자고 하였다. 동행하지 못한 딸아이에게 줄 선물까지 포함해서.


*위 사진 : 파크푸드에서의 식사.

내가 하는 일은 경호원처럼 1미터 좌측 후방에서 아내를 따라다니는 것인데,
이것은 결혼 20년이 넘도록 내게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차라리 지리산종주가 더 쉽게
느껴진다.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리와 허리가 꼬여오면서 거의 개그콘서트의
마빡이처럼 흐느적거리며 아내 뒤를 따라가게 된다.

이동거리에 비례해서 쇼핑의 꾸러미가 늘어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장돌뱅이의 경제력으로는 그런 형태의 쇼핑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넉넉지 않은 예산에 맞춰 서너 가지의 마음에 맞는 물건을 사야한다는 점에 아내의
고충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에겐 고르는 과정도 하나의 즐거움인 것처럼 보였다.

아내는 나의 의견을 물어가며 몇 가지를 자신과 딸아이의 선물로 정했다.
나는 훗날 혼돈을 피하기 위해 가게 위치와 물품의 모양과 품명과 가격을
수첩에 적어 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귀국 전 그 물건을 사기 위해 한번 더 그곳에 들렸을 때 아내는 처음부터 물건
사는 과정을 다시 되풀이했다. 그리고 최종으로 선택한 것은 이날 고른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남녀간의 생각의 차이를 설명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책,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책에 이런 경우도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 사진 : 피말라이 맛사지 하우스.

짐톰슨의 아웃렛에서 몇 가지를 물건을 사고 오는 길에 피말라이 PIMALAI에서
맛사지를 받았다. 일일 1회의 맛사지받기는 이번 방콕행에 정해 놓은 제일의 수칙이다.
맛사지사의 손길이 만족스러웠다.

저녁 때 마분콩에서 몸논솟의 식빵을 먹은 것은 즐거움이었다. 백화점 순례를 하는 동안
쌓인 피로가 일시에 걷혀나가는 느낌이었다. 내가 유난히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아내에게는 별로인 듯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칫롬역에서 내려 센트럴월드플라자 앞에 설치된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 사이를 걸어 보았다. 생음악과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 거리에는 명절을 앞두고 들뜬
열기가 가득했다. 오고가는 사람들과 장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에
미소가 가득 했다. (2006년 마지막 날 이곳에서 폭발물이 터졌다니!)

이 날의 마지막 순서는 손통포차나에서의 저녁이었다.
새삼스럽게 다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 갈수록 좋은 느낌이 드는 식당이다.
저렴함 값에 청결하고 입맛을 돋구는 태국음식들.
아내와 나는 이로써 하루 식사 네 끼라는 ‘미션임파서블’을 완벽히 수행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뒤 아내는 방콕 여행에서 몸무게가 2키로나 불어났다고 내게 불만이다.

(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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