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87 - 황인숙의「조깅」

by 장돌뱅이. 2018. 12. 22.


올해 들어 오늘까지 총 1000KM를 달렸다. 연초에 세운 목표 중 유일하게 달성한 일이다.
1000KM 중 10% 정도는 걸었다. 워밍업(쿨다운)이나 컨디션 저하, 아내와 걷기 등의 경우다.
아내와 함께 한 걷기는 난이도를 고려하여 걸은 거리의 1/2만을 기록으로 잡았다.  

봄과 초여름의 현격히 저조한 기록은 개인적인 주변의 문제에 기이한 것이다.
문제의 일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다만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작년까진 겨울철 3달을 빼곤 한강변을 달렸지만 올해부턴 피트니스 센터의 런닝 머신에서 달리게 되었다.
그놈의 (초)미세먼지 때문이다. 먼지를 들이마셔 해로운 것 보다 달려서 얻는 이득이 크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나만의 대차대조표를 앞세우며 강변 달리기를 고집하다 결국 물러서고 말았다. 
날마다 이어지는 먼지 경보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런닝 머신에서는 부지런히 다리를 옮겨도 제자리다. 풍경의 변화가 없다. 
'친구와 우연히 만나는 일도 없고 모퉁이를 돌 때 갑자기 멋진 장면이 나타나는 일'도 없다.
그저 땀이 흐르게 된 시간과 속도와 거리를 디지털 숫자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
어떨 땐 내가 런닝머신의 부속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위에 달리는 누군가 있어야만 런닝 머신의 이미지가 완성되는 것 같은.

이제 강변으로 나가 '밤새 새로 반죽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하늘 환한 맨몸'으로 마음 편히 달릴 수 있는 날이 일년에 며칠이나 될까? 


후, 후, 후, 후! 하, 하, 하, 하!
후, 후, 후, 후! 하, 하, 하, 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땅바닥이 뛴다, 나무가 뛴다,
햇빛이 뛴다, 버스가 뛴다, 바람이 뛴다.
창문이 뛴다. 비들기가 뛴다.
머리가 뛴다.

잎 진 나뭇가지 사이
하늘의 환한
맨몸이 뛴다.
허파가 뛴다.

하, 후! 하, 후! 하후! 하후! 하후! 하후!
뒤꿈치가 들린 것들아!
밤새 새로 반죽된
공기가 뛴다.
내 생의 드문
아침이 뛴다.

독수리 한 마리를 삼킨 것 같다.


*추가 : 2018년 연말까지 1,020km를 달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