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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14 - 어효선의 「파란 마음 하얀 마음」

by 장돌뱅이. 2019. 6. 10.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드러난다.

성긴 구름 사이로 얼비치던 파란색이 점차 짙어지면서 넓은 하늘로 번져간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의 대비가 더욱 선명해진다.
그 아래 유월의 초록이 짙다. 살풋한 바람에 청량감이 가득하다.
아내와 그런 풍경을 눈에 담으며 공원을 걷고 벤치에 앉아서도 바라본다.

예쁘다!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단순하고 당연한 것들만으로 마음이 부풀던 시절이.
즐거운 노래로 감탄을 대신하던 시절이.
옛 기억을 더듬어 가만히 다시 불러보자.
혹 깊이 패인 주름살 사이 버석버석한 살비듬이 촉촉하게 젖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굳은살이 박히지 않은 설렘들과 첫 햇살의 환희 같은' 오래 전의 기억들을 현재화 하는 것은
효기간이 지난 시간의 부산물이나 뒤적이는 이순이 지난 나이 퇴영이나 퇴폐가 아니라 
현재의 삶을 비추어 어루만지고 삶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진취(進取)적 행위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거여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 보며 자라니까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 거여요.
산도 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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