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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16 - 로버트 프로스트의「목장」

by 장돌뱅이. 2019. 6. 19.

아내와 잠실 석촌호수 둘레길을 걸었다.
벚꽃이 피었을 때만 와보았던 터라 초여름의 녹음이 무성한 시기는 처음이었다.
나뭇잎이 예쁘게 초록의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동호와 서호로 이루어진 석촌호수 전체 길을 한바퀴를 돌고 동호는 한바퀴를 더 돌았다.





평탄한 길이라 기분 같아선 몇 바퀴라도 더 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동호에 있는
노천 카페를 눈여겨보다가 자리를 잡고 호수를 건너다 보며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아내와 하는 즐거운 놀이 - 향후 몇 년 간 여행 계획을 적어 보았다. 
라오스, 발리, 태국 등의 동남아와 호주,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그리고 미국
(우리가 살던 서부로 갈까 아니면 동부로 갈까는 미정으로 남겨둔 채
).

물론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그야말로 상상 속의 계획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실제 여행도 처음은 이런 상상이었다.
때때로 상상은 현실을 견디거나 바꾸는 힘이다.



꾸물거리던 날씨가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엔 어느 새 환하게 개어 있었다.
일상에서 아내와 함께 걷고 머리를 맞
대는 시간 속에선
세상의 소란스러움 따위는 늘 시시껍질한 잔부스러기가 되어 흩어진다.
그런 시간으로 들어가는 가장 간단한 열쇠 같은 말,
"함께 가실까요."


목장의 샘을 치러 나갑니다.

가랑잎을 긁어내기만 할 거예요.
물이 맑기까지 기다릴지도 모르죠.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함께 가실까요.

어린 송아지를 데리러 나갑니다.
어미 소 옆에 서 있는 게 너무 어려서
어미가 핧아주면 비틀거리죠.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함께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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