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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서초동 "최후통첩"

by 장돌뱅이. 2019. 10. 13.

아내와 제9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서초동으로 나갔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를 '최후통첩'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검찰 개혁 결과를 잠시 지켜보고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경우 다시 돌아오자고 다짐을 했다. '최후'의 의미는 겁박이 아니라 사람들의 간절함과 절박함이었으리라.

서초동 집회에 대해 "검찰개혁을 표방한 사실상의 관제집회"라는 야당의 주장은 치졸한 억지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으로밖에 세상을 볼 줄 모른다. 국가나 권력으로부터 받아본 것이라고는 "납세고지서나 징집영장밖에 없는" 아내와 나의 참석은 누가 등을 떠밀어서가 아니다. 허울 좋은 명분에 휘둘리거나 홀려서도 아니다. '도 아니면 모'하는 식의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갇혀서도 아니다.

60년이 넘게 이 땅에서 사는 동안 기본적으로 북한산 아래 푸른 기와집이나 여의도의 둥근 지붕집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을 크게 믿어본 적은 없다. 일상의 관심사에서 가급적 멀리 놓고 지내고 싶고 또 그렇게 지낸다. 그럴수록 행복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렸어야 할 친일과 독재, 그리고 국정농단의 잔당들이 여전히 고개를 쳐들고 온갖 추태와 망발을 늘어놓는 어지러운 세상을 용납하기 힘들다. 하여 아내와 내가 가진 유일한 힘인 머릿수 하나를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보태러 나간 것일 뿐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할 정치를 음모와 선동의 잔머리로만 이해하는 비열한 모리배들은 우리 발걸음과 외침을 함부로 모욕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눔문화 성명 「조국 대전의 본질과 성찰」"의 요약을 옮겨본다.

지난 9월 28일, 100만의 촛불시민이 검찰청을 포위했습니다. 우리 역사상 초유의 일이며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입니다. 장관 한 명의 임명을 두고 이처럼 오랫동안 첨예한 “대전”이 지속된 것도 초유의 일입니다. 막강한 권력인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불법적인 피의사실 흘리기, 정치검찰과 내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자유한국당의 일방공세, 이를 받아 거의 모든 언론 방송이 허위정보 가짜뉴스를 쏟아내기까지. 그 광란의 두 달 동안 누구도 믿기 어려워 스스로 정보를 검토하고 진실을 찾아 나선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들이 100만 촛불의 함성으로 단숨에 국면을 뒤바꾼 것입니다.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전면전에 나선 자유한국당, 검찰, 사법부, 언론, 재벌, 그리고 그 뒤로 슬그머니 빠져나간 이명박, 박근혜, 이재용 등 ‘기득권 적폐세력’ 대 ‘촛불혁명시민’의 전선, 이것이 ‘조국 대전’의 숨어있는 밑그림입니다. 같은 칼이라도 케익을 자르는 칼과 소 잡는 칼이 다르듯 가치잣대를 냉정히 골라잡는 것은 지혜의 첫걸음입니다.

지금 법무부 장관을 뽑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관의 자격’을 물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법리의 잣대’입니다. 투입된 검사와 수사관만 100여 명에 70여 곳 이상의 압수수색으로 먼지털기식 수사를 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수사 결과 발표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범죄자인 듯 취급하는 것은 그가 누구라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기준은 ‘정치의 잣대’입니다. 정치에는 상대가 있습니다. 최선이면 좋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그놈이 그놈’이라고 냉소할 게 아니라 차선을 세우는 게 정치 지성이고 주권자의 태도입니다.

세 번째는 ‘도덕의 잣대’가 있습니다. 유념할 것은 ‘법리의 잣대’와 ‘도덕의 잣대’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공직자나 정치가라는 지위는 실상 우리의 ‘지도자’가 아닌 한시적 ‘고용인’이며, 도덕적 존경보다 한 일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할 자리입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천명한 정부입니다. 그 핵심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즉 적폐청산의 심판진을 먼저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간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15명은 한 명도 예외없이 ‘검사 출신’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강력히 추진해온 까닭입니다. 그와 정반대로 검찰 내부와 야당에서는 “검찰의 탈법무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출받지 않는 권력’인 검찰이 ‘국민이 선출한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검찰 독립’이란 결국 ‘국민으로부터 독립’된 완전한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권력기관의 개인 인권 침해입니다. 검찰은 사안에 비해 수사권을 남용, 주요 수사정보를 야당 의원과 보수언론에 ‘직보’했고 명백한 불법인 피의사실 흘리기로 ‘범죄자 낙인’을 찍었습니다. “법무장관한테도 저러는데 나도 내 가족도 저런 일을 당할 수 있구나” 하는 공포와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검찰”에 대한 분노를 검찰 스스로 키운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70여 년동안 이뤄내지 못한 검찰 개혁의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 100만 촛불시민이 직접 나섰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독립국가’로 나아가는 대도약의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개인의 손실을 감내하며 ‘욱일승천 아베정부’에 맞서 불매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평화협력의 주도자가 되어 분단과 대립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이때, 중대 사안을 뒷전으로 묻어버리고, 국가와 국민의 역량을 낭비시키고, 개인들의 이성과 감정까지를 소모시켜온 양당과 검찰과 언론은 깊이 반성하고 개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나아가 87년 6월항쟁 이후 30년 만에 촛불혁명을 이뤄낸 우리는 이제 ‘사회정치적인 진보’만이 아니라 ‘삶과 사람의 진보’로, 내가 살아가는 좋은 삶이 세상과 사회를 바꿔가는 ‘안과 밖의 동시혁명’을 실천할 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주어진 권력을 다해 촛불혁명의 과제를 완수하기 바랍니다. 다시 타오른 100만 촛불은 ‘조국 대전’을 넘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을 이뤄내고 ‘총선 대전’으로 뚜벅뚜벅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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