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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내년에도 그러길 바란다

by 장돌뱅이. 2019. 12. 16.





고등학교 동창 세 명과 부부 등반하여 뮤지컬을 보고 식사를 했다.
대학로유니플렉스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여러 수상 경력보다 연우무대라는 극단을 보고 선택한 것이었는데 실패였다.

일단 주제와 스토리의 전개가 진부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남북한 병사들의 반목과 화해를 통과한 후의 생존기.
소설로 치면 선우휘의 「단독강화」, 영화(연극)로 치면 「웰컴투동막골」이나 「JSA공동경비구역」의 아류다.
스토리가 뮤지컬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신선한 주제와 탄탄한 구성의 줄거리는 장르 불문하고 감동의 기본이겠다.
함께 한 일행들은 배우들의 노래에 대해서 만큼은 모두 후한 평가를 했다.






자리를 동대문 근처 창신동에 있는 "크래프트베이스"로 옮겨 술과 음식,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래프트베이스는 여관과 여인숙이 있는 후미진 골목 안쪽에 위치하여 들어가기가 좀 주저된다.
하지만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예상 밖의 트렌디한 분위기와 마주하게 되는 반전이 있는 곳이다.

내부 벽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창신동 쪽방촌 골목 내 위치한 70년된 한옥을 되살려 크래프트 맥주와
창신동의 이야기가 담긴 좋은 요리를 선보이는 새로운 개념의 펍입니다."




작년에 비해 메뉴가 많이 바뀌었지만 바뀐 메뉴도 여전히 수준급이었다.
'선주후식'의 식사는 자리를 옮겨 일대에서는 가장 오래된 식당  "진고개"에서 했다.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는 느낌의 식당이지만 그래도 몇몇 음식은 여전히 명불허전의 맛을 지닌 곳이다.

친구들은 모두 퇴직을 하여 이제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가 되었다.
60년 이상을 굴린 몸은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보내 식사 후엔 저마다 갖가지 약을 디져트 삼아 먹는다.
자신들의 이야기 만큼 자식들의 이야기가 화제에 많이 오른다.
무엇이 되자는 말 대신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쓰나를 이야기 한다.
아마 내년에도 그럴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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