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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붕어빵의 하루

by 장돌뱅이. 2020. 1. 23.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귀하다.
"
야니" 십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십년지기'로 지내온 사이다.
여행 동호회에서 만났으니 둘 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물론 세부적인 여행의 방식이나 선호 지역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식성도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세상과 삶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이 비슷하다.
그래서 그와 만나는 시간은 공감으로 채워진다.
자칫 편을 가르거나 배타적인 울타리로 굳어질 수 있는 위험성만 경계한다면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을 가진 타인과의 만남은 행운이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의문을 갖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공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닙니다. 공감, 매우 중요합니다. " 아!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것은 가슴 뭉클한 위로가 됩니다. 위로일 뿐만이 아니라 격려가 되고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복의 글 중에서 -


야니님과 부부동반 해서 맛난 미역국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올림픽공원을 걸었다.
야니님의 동반자 "아니카"님의 아이디는 80년 대 초에 방영되었던
텔레비젼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아내의 아이디인 "곱단이"는 60년대에 본 신동우 화백의 만화 『홍길동』에 나오는 이름이다.
아이디의 유래와 어감에 보듯 시차가(?) 있지만 공감이라는 공통집합엔 그런 경계가 없다.

산책은 올림픽공원을 나와 둔치 길, 그리고 잠실나루역까지 이어졌다.
걸으면서 교육과 아파트, 그리고 강남이라는 단어에 투영된 우리 시대의 들끓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원래 성내역이었던 이름이 2010년에 잠실나루로 바뀐 저변에도 그런 욕망이 숨어 있는 것이다.
역 가까이 있는 "서울책보고"란 헌책을 주제로 한 문화공간에도 잠시 둘러보았다.
그리고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이어갔다.
이럴 때 '이런저런'과 '두서없이'는 편안함의 다른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노점에서 붕어빵 3개를 사서 나누어 먹었다.
야니님 부부와 보낸 하루가 따뜻하고 달콤한 붕어빵을 닮았다고 훈훈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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