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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칼림바 (KALIMBA) 도전

by 장돌뱅이. 2020. 2. 8.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미국에 살 적에 아내와 둘이서 혹은 이웃들과 캠핑을 할 때였다.
저녁을 물리고 어둠이 짙어지면 파이어 링(fire ring)에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간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행 중에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곤 준비해 간 음악을 배경으로 틀어놓거나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쥴리안 파인자니타 캠핑

쥴리안 JULIAN 의 파인자니타 PINEZANITA 라는 곳에서 캠핑을 했습니다. 작년 10월에도 이틀밤을 보냈던 곳입니다. 밤새 텐트 위로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 던 곳. 올해는 아직 철이 일러 들을 수

jangdolbange.tistory.com

귀국을 하여 한 친구에게 기타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했더니 그는 자신의 기타 연주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나처럼 기타 문외한이었던 그가 불과 얼마 사이에 (적어도 내 눈에는) 고수가 되어 있었다. 그는 "야너두"를 외치며 바로 내 손을 끌고 한 곳으로 데려갔다. 7080 시대에 우리나라에 내로라하는 가수들도 그곳 기타를 사용했다는 유명 장인의 수제 기타 제작소이자 가게였다.
"기왕에 시작하려면 비싸도 좋은 걸로 사라"는 그의 충고를 따라 엉겁결에 꽤 비싼 대금을 치르고 기타를 샀다. 그는 나 같은 생초보도 무리없이 가르쳐준다는 그의 동호회 모임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회사일이 방해를 하고 모임 장소를 가는 것도 번거로워 딱 한번 모임에 참석하고 그만두었다. 기타는 지금 방 한 구석에서 먼지를 쓰며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다.
가끔씩 손자가 와서 장난감으로 쓸 뿐이다.

은퇴를 하면서 사람들은 제각기의 취미를 찾아 나선다.
색소폰을 배우기도 하고 낚시나 탁구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사진기를 들고 발품을 팔거나 유튜버가 되어 영상을 기획하며 콘텐츠에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다.
헬스장에 가면 인상을 쓰며 바벨을 들어 올리는 사람도 있고 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고속 경제개발의 시대를 따라가느라 대부분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제대로 된 개인 취미를 가꾸지 못했다. 그래서 마치 밀린 숙제를 해치우 듯 늦깎이로 취미 개발에 열을 올리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리를 만들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지만 악기에 대한 미련은 늘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기타는 여전히 나의 로망이다. 다만 게으른 내겐 가방을 열고 기타를 꺼내는 일이 쉽지 않다. 아내는 집 근처 문화 센터의 강좌를 들어보라고 권하지만 아직까지 등록을 해본 적은 없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나 어반스케치(URBAN SKETCH)도 배우고 싶으나 같은 게으름으로 미루고 있다. 그나마 현재 내가 다룰 수 있는 악기는 초등학교 때 동네 형에게 배운 하모니카뿐이다.

*위 사진 : 칼림바(KALIMBA)

지난주 우연히 칼림바(KALIMBA)란 작은 악기를 알게 되었다.
한 모임에서 식사를 하고 한담을 나누는 중에 다양한 악기 이야기가 나왔다.
오카리나, 대금, 해금, 우쿨렐레 등등. 그때 한 분이 칼림바를 소개했다

칼림바는 원래 아프리카에서 제의(祭儀)에 사용된 악기라고 한다.
작은 실로폰 형상으로 가느다란 철판을 여러 개 달아 한 분분을 고정시키고 다른 쪽 끝을 손가락으로 퉁겨서 소리는 낸다. 소리는 철판 아래쪽 몸체의 공명통을 통해 확장된다.
맑고 깨끗한 음색은 오르골과 비슷하다.

입으로 부는 관악기보다는 손으로 다루는 악기가 좋겠다고 생각해 온 터라 칼림바에 흥미가 갔다. 집으로 돌아와 칼림바를 소개해준 분이 지닌 것과 같은 상표의 칼림바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이틀 만에 예쁜 칼림바가 도착했다. 받은 기념으로 인터넷을 보며 간단한 "등대지기"를 띄엄띄엄 따라 해 보았다. 한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이 우선은 음을 퉁기는 것은 어렵지 않아 좋았다.
무엇이건 깊이 들어가면 어려운 법일 터이다. 틈이 나는 대로 연습을 해봐야겠다.
아무쪼록 기타처럼 용두사미 · 작심삼일은 되지 말아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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