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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영화 「동경가족」

by 장돌뱅이. 2020. 3. 9.



섬마을에 사는 부모가 동경에 왔다.
세상을 떠난 친구를 조문하고 자식들도 보러 온 것이다.
동경에는 큰 아들과 작은 딸 그리고 막내 아들이 산다.

자식들은 모두 저마다의 일로 바쁘다.
딸에겐 이미 예정된 일이 있고 부모에게 관광을 시켜주려던 큰아들의 계획은 갑작스런 일이 생겨 취소된다.
미혼의 막내가 관광 안내에 나서보지만 부모의 눈에는 안정감 없는 천방지축이라 해묵은 갈등만 드러난다..

부담이 된 자식들은 좁고 번잡한 자신들의 집 대신에 호사스런 호텔로 부모님을 안내한다.
하지만 부모는 호텔이 불편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루만에 돌아온다.

누구도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불편하거나 조금은 서운하다.
부모는 자식들과의 단란한 시간을 예상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부모의 방문은 처리해야(?) 할 부담스런 일상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세상이 잘못되었다."
영화 속 아버지는 친구와 술자리에서 한탄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세상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다만 변한 것일 수도 있다. 
삶의 형태와 방식이 변한 세상에 앞세대의 경험이 뒷세대에 그대로 유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영화 속 아버지와 같은 세대인 내가 그를 이해하면서도 탄식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유이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하고 부모도 자식에게서 독립해야 한다는 말은 언제나 옳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사랑하면서도 가족이기에 때로는 귀찮고 아프다.
떨칠 수 없는 가족이어서 상처가 더 깊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쉽지 않은 일들과 얽히는 게
삶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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