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출신 영화 감독 리앙(李安)의 영화 「음식남녀(飮食男女)」 시작부에는 화려한 중국 음식이 등장한다.
유명 호텔 요리사 출신의 아버지가 세 명의 딸을 위해 일요일마다 거창한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다.
부엌에 서면 가끔씩 그 장면들을 떠올릴 때가 있다. 물론 '그런 솜씨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운 상상조차도 무리일 정도로 아버지의 음식은 '넘사벽'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시간과 마음이다.
코로나 덕분에 친구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놀이만큼 음식 준비도 필요해진다.
메뉴의 중심은 친구의 입맛이지만 어른들 먹기에도 적당한 음식이면 더욱 좋다.
아래 사진의 대부분은(한두 가지는 for adult only) 그런 이유로 책과 인터넷을 뒤져 만들게 된 음식들이다.
"내일은 뭘 만들어 올 거에요?"
손자친구로부터 이런 기대 섞인 질문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버지의 일방적 완고함 때문에 딸들의 입장에선 억지로 참석할 수밖에 없어 썰렁한 영화 속만찬 분위기 보다는 비록 음식은 투박하지만 어린 친구와 나누는 교감에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음식남녀"는 중국 유가(儒家) 오경 중 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로
'먹는 것(飮食)과 사랑(男女)'은 인간의 본성이며 인간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EAT PRAY LOVE(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지 않던가.
결국 사는 건 먹고 사랑하는 일이겠다.
↑소고기토마토냉채
↑삼치데리야키조림
↑브로콜리무침
↑콩나물볶음
↑시금치견과류나물
↑토마토달걀탕
↑라따뚜이
↑명태고추장볶음
↑통조림꽁치간장조림
↑우엉들깨조림
↑삼색해물수제비
↑해물라면볶음
↑해물잡채
↑샐러드(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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