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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몰디브

바다 모래 하늘 태양, 그리고······

by 장돌뱅이. 2020. 4. 25.

올해는 '여행 하는 해'로 정하고 연초부터 아내와 준비에 들어갔다가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발목이 잡혔다.
이제 그놈의 기세가 꺽인다 해도 이전과 같이 신명나는 해방감 아닌, 조심스런 긴장감을 지닌 채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낯선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기 보다는 사진 한 장 찍어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여행이 그런 삭막한 관계를 동반해야 한다는 건 아픈 일이다.


"우리가 다녀온 곳 중 어느 곳을 영상으로 만들어 볼까?"
아내에게 걸음마 단계의 영상 편집 기량을 자랑하 듯 말을 건네니
"발리······?"라고 하다가 "아니 몰디브!"라고 바꾼다.
강제 은둔(?)의 시간이 탁 트인 시야의 바다에 대한 갈증을 키웠나 보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천국의 시간'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을 것이다.

사진을 모으고 음악을 깔아 함께 텔레비젼으로 보며 '안구와 심신 정화'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있었던 저 곳, 저 시간!!!!!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신현림의 시,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중에서-

문득 내가 가장 많이 바라본 대상이 아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연애를 시작한 이래 아내가 좋아하는 냉면을 따라 먹다 시나브로 내가 좋아하게 되었 듯 
나의 모습은 이제 아내를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던 것들을 닮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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