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빌라에서 2박을 한 후 워터빌라로 숙소를 옮겼다.
비치빌라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했지만 워터빌라에 들어서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다. 몰디브에 왔다면 워터빌라는 필수겠구나!"
아내도 그랬다고 한다.
창밖으로 펼쳐진 투명한 물빛의 바다와 데크의 풍경은 우리를 압도해 왔다.
가슴 속에서 저음의 북소리가 쿵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솔직히 애초 딸아이가 회갑 여행지로서 몰디브를 권했을 때 나는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몰디브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행과 휴식을 겸하고 회갑의 의미를 심을 수 있는
좀 더 나은 여행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딸아이는 신혼여행으로 남태평양의 보라보라를 다녀온 뒤로 섬 휴양지와 워터빌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있었다.
"푸켓이나 발리, 코피피나 코사무이의 바다와는 또 다른 풍경이고 개념이라니까! 일단 한번만 가봐야 돼!"
아내와 나는 딸아이의 강권에 감사와 같은 분량의 미안함을 보내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망연자실 바라보았다.
워터빌라에 머무는 3일 동안 우리는 아침·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는 경우를 제외하곤 한번도 문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같이 혹은 각자 혼자서, 빌라의 방과 데크, 풀장과 바다, 다락과 썬베드를 오가며 지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지치면 데크로 올라와 풀장에서 한가롭게 누워 하늘을 보았다.
어린 시절 물웅덩이에서 그랬듯 요란스럽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놀기도 했다.
그것도 싫증이 나면 썬베드에 길에 늘어져 노라 존스 NORAH JONES의 "COME A WAY WITH ME"와
"THE NEARNESS OF YOU" 와 "THE LONG DAY IS OVER"를 들었다.
그리고 존레넌의 "IMAGINE"을 들으며 그가 그린 세상이 바다 저편에서 바람과 파도를 타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상상'에 빠져보기도 했다.
이제까지 한 여행 중 가장 느긋한 여행이었음에도 챙겨간 간 책을 거의 들춰보지 않았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여행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
어디서 무엇을 하건 연록색 바다의 잔물결과 쾌적한 바람,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이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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