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행 하는 해'로 정하고 연초부터 아내와 준비에 들어갔다가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발목이 잡혔다.
이제 그놈의 기세가 꺽인다 해도 이전과 같이 신명나는 해방감 아닌, 조심스런 긴장감을 지닌 채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낯선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기 보다는 사진 한 장 찍어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여행이 그런 삭막한 관계를 동반해야 한다는 건 아픈 일이다.
"우리가 다녀온 곳 중 어느 곳을 영상으로 만들어 볼까?"
아내에게 걸음마 단계의 영상 편집 기량을 자랑하 듯 말을 건네니
"발리······?"라고 하다가 "아니 몰디브!"라고 바꾼다.
강제 은둔(?)의 시간이 탁 트인 시야의 바다에 대한 갈증을 키웠나 보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천국의 시간'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을 것이다.
사진을 모으고 음악을 깔아 함께 텔레비젼으로 보며 '안구와 심신 정화'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있었던 저 곳, 저 시간!!!!!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신현림의 시,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중에서-
문득 내가 가장 많이 바라본 대상이 아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연애를 시작한 이래 아내가 좋아하는 냉면을 따라 먹다 시나브로 내가 좋아하게 되었 듯
나의 모습은 이제 아내를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던 것들을 닮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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