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속화 시킨 택배 문화.
아내도 가끔씩 주문을 한다. 배달된 물건 사이에 짧은 글을 적은 엽서가 들어 있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의 글이었다.
호기심은 어떤 행위를 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다. 설령 그것이 위험하고 무모하다 할지라도.
왜 공포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얼핏 봐도 위험해 보이는 걸 열어보다가 죽질 않나. (···) 처음부터
"내 취향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취향은 한 번에 얻어지지 않고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얻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첫인상만으로 안 맞는다고 단정짓고 멀리하는 건 조금 아까운 일이다.
물론 여러 번 시도한 후에도 여전히 싫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시도로 거부한 것이 평생 즐길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 누가 아는가. 우리는 너그러움을 가져야 한다.
(···) 실패 없는 것만을 추구해선 좋은 취향이 생기지 않는다.
*텔레비젼 화면 촬영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않은 발레를 처음으로 감상해 보았다.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 제목은 알고 있고, 배경 음악도 일부분은 익숙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공연이었지만 우려했던 만큼의 지루함은 없었다.
대사 없이 음악과 율동만으로 사람들은 생각 보다 많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몇몇 장면에선 저절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사람들이 오래 유지해 온 것은 무엇이건 일단 들여다 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아내가 말했다.
『호두까기 인형』이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텔레비젼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직관을 해보자고 아내와 이야기 했다.
발레 감상이 취향으로까지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실패 없는 것만을 추구해선 좋은 취향이 생"길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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