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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그 어떤 것에 대한 사랑

by 장돌뱅이. 2021. 3. 20.


미얀마 친구들과 한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지난 2월 1일 이후 첫인사말은 비슷하다.
오늘 미얀마는?
그곳 가족들은? …등등.

혼란과 안타까움, 분노의 복잡한 감정으로 뒤숭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친구들은 주말에 쉬지도 않고 여기저기 군사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석하러 다닌다.
코로나 상황이라 집단 시위는 못 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피켓을 든 일인 시위를 한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조국의 비극에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시간 이리라.
누가 그랬던가.

'삶이란 아무리 낮게 엎드려 있어도 때로 조사관처럼 어떤 응답을 요구해오기 마련'이라고.
'비록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닐지라도 서둘러 무슨 신호를 보내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Men who have offered their lives for their country know that patriotism is not the fear of something
; it is the love of something."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들은 애국심이란 어떤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그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Adlai E. Stevenson)

미얀마의 거리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먼 이국의 찬 바람 속에서 피켓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것에 대한 사랑' 안에서 하나일 것이다. 
그 사랑을 '그놈의(?) country나 patriotism'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삶, 제도와 문화로 읽는다. 


'오월광주'가 그들에게 승리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에 문득 숙연해진다.
"한국의 1980 광주처럼 우리도 승리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 그해 오월, 광주는 분명 처참하게 부셔졌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역사의 당위성와 엄정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 수업엔 한국기자협회 (JOURNSLISTS ASSOCIATION OF KOREA)가 발표한 글을 교재로 할 생각이다.
전문 (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9058 )은 너무 길어 친구들에게 버거울 것이기에
아래 부분만 발췌하여 함께 읽어볼 생각이다.


"우리는 오늘 미얀마가 쿠데타를 끝장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시민들의 항쟁에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힘내라,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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