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버섯 들깨 덮밥

내 경험으로 혹은 내 입맛으로 들깨가 들어가서 맛없는 음식은 없다.
같은 음식이라도 들깨가 더 많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THE MORE, THE BETTER다.
그래서 순대국밥, 돼지국밥, 추어탕, 뼈다귀 감자탕, 순두부 등을 먹을 때 들깨를 듬뿍듬뿍 넣는다.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한다던가? 내겐 들깨가 그렇다.

기름도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좋아한다.
신 김치를 볶을 때나 김치 볶음밥을 만들 때 들기름을 선호한다.
아내는 나와 반대다. 참기름으로 볶은 걸 더 좋아한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참깨 농사를 지으셨는지 기억에 없다. 들깨는 꽤 많이 심으셨던 것 같다.
수확이 가까운 들깨밭을 동네 친구들과 전쟁놀이로 뛰어다니다 쑥대밭으로 만든 탓에
어른들에게 치도곤을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들기름을 발라 구워주시던 투명한 푸른빛의 김도 생각이 난다.
요즈음 사먹는 양념김에선 그 맛이 안 난다. 들기름도 김도 옛맛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들기름만으로 부쳐내던 큼지막한 두부도 맛이 있었다.
밥에 비벼먹는 건 깨소금에 참기름이었는데 왜 들기름 쪽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긴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어떤 것을 싫어하고 좋아한다.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삶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한 노력만큼
다른 사람만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쇠고기 버섯 들깨 덮밥"을 만들면서 레시피에 나와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만들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에 레시피 양보다 많이 만들면 온전한 맛을 내는데 실패했던 경험이 더러 있다.
그럼에도 오후에 딸아이에게도 나누어 줄까 해서 욕심을 부려보았다.
들깨가 들어간 음식이라는 게 나를 충동질했는지도 모른다.

"소고기버섯…"은 이름 그대로 소고기와 각종 버섯을 양념을 넣고 볶아 들깨가루와 전분으로
걸쭉하게 만들어 밥 위에 얹거나 비벼 먹는 음식이다.
들깨가 들어가 맛없는 음식은 없다라는 나만의 '진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다만 소고기는 좋아하지만 버섯은 싫어하는 손자친구에게 이 음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가 고민이다.

식사는 날마다 벌이는 작은 축제다. 어떤 축제든 음식과 함께 간다.
혼밥이 요즘 세태의 한 단면이라지만 축제나 음식은 나눔이 본질이다.
그것도 즐겁게 나누는 것이다.